영원한 숙적(3)

쟤랑 쟤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by MMQ

마고는 가슴을 졸이며 약속장소인 뒷산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어쩌면 릴리안은 이 모든 것이 가벼운 장난이라 생각할지도 몰라. 암만 기다려도 릴리안이 오지 않으면 술이나 잔뜩 사서 돌아가야지. 기분 좋게 한 잔 걸치고 나면 다들 결투 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릴 거야.’ 마고는 속으로 그렇게 바랐습니다.


그러나 언덕에 도착한 마고는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습니다. 글쎄 릴리안이 언덕 위에서 시커멓게 칠한 눈을 부라리며 기다리고 있지 뭐에요?


여유롭게 손깍지까지 낀 모습이 어찌나 위풍당당한지! 마고는 덜덜 떨리는 두 다리를 애써 감추며 아주 천천히 언덕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마고만큼 놀란 사람이 또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릴리안이었지요. 이른 아침, 사람들의 등쌀에 억지로 갑옷을 챙겨 입고 언덕을 올라온 릴리안은 마고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내심 마음을 놓았던 겁니다. ‘이대로 마고가 오지 않으면 술이나 잔뜩 사서 돌아가야지. 다 같이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고 나면 이깟 결투 따윈 금방 잊어버릴 거야.’ 릴리안은 그리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마고가 언덕을 올라오고 있지 않겠어요?


붉게 칠한 눈을 매섭게 빛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비장하게 언덕을 오르는 모습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릴리안은 떨리는 손을 들킬까봐 손깍지에 잔뜩 힘을 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선 채 묵묵히 서로를 노려봤습니다. 둘 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어디 선뜻 말을 꺼낼 수가 있어야죠. 하다못해 망설임 가득한 서로의 눈빛이라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러나 눈에 바른 안료 때문에 눈빛은커녕 상대방의 표정조차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 두 사람은 동상마냥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서 있으려니 두 사람 다 땀이 비 오듯 하고 온몸이 지끈지끈 쑤셨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악!"


너무 오랫동안 힘을 주고 있었던 탓인지 릴리안은 그만 다리에 쥐가 나고 말았습니다. 릴리안은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푹 수그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마고는 릴리안이 마침내 공격해 오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서둘러 활을 들었고, 덩달아 놀란 릴리안도 황급히 칼자루에서 칼을 뽑아들었는데 쥐가 난 다리 탓에 괴상한 자세로 우당탕 고꾸라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릴리안이 넘어지며 놓친 칼이 마고에게로 날아갔고, 마고는 릴리안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 줄 알았지 칼을 던질 줄은 몰랐던 터라 당황해서 활시위도 당기지 못한 채 머릴 감싸며 주저앉았는데, 몇 시간동안 가만히 서 있다 갑자기 주저앉으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대로 앞으로 튕겨나가고 말았습니다. 마고가 넘어지면서 먼저 넘어진 릴리안의 손등을 밟았고, 그 고통에 릴리안이 팔을 휘젓다 마고의 허리를 꺾어버렸는데, 눈을 뒤집으며 쓰러지던 마고의 다리가 릴리안의 뒤통수를 내리쳐 기절시켰습니다. 두 사람은 한데 뒤엉켜 언덕 밑으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습니다.


날이 저물도록 마고와 릴리안이 돌아오질 않자 마을 사람들은 다함께 뒷산으로 향했습니다. 마침내 뒷산 언덕에 다다랐을 때 사람들은 눈앞의 처참한 광경에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마고와 릴리안이 언덕 밑에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져 있었거든요!


사람들은 서둘러 마고와 릴리안을 각자의 집으로 옮기고 상처를 치료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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