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랑 쟤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먼저 눈을 뜬 건 마고였습니다. 그는 양팔에 대포만 한 깁스를 한 채 침대에 누워있었지요. 마고가 눈을 뜨자 간호하던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 내가 졌구나.’ 마고는 탄식했습니다. 헌데 갑자기 곁에 있던 팬 하나가 울컥 화를 내지 뭐에요?
"릴리안 이놈! 감히 궁수의 팔을 부러뜨려? 암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사람들이 너도나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신성한 결투에서 그런 비겁한 수를 쓰다니, 싸움꾼 실격이오!"
"암요! 승부의 기본 도리도 모르는 놈은 상대할 필요도 없소!"
"보아하니 릴리안 녀석 아주 혼쭐이 난 것 같던데, 이제 다신 마고를 우습게보지 못할 거요!"
"이번 결투는 마고의 승리요! 만세! 마고 만세!"
사람들은 마고의 침대를 빙글빙글 돌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마고는 옳다구나 싶어 릴리안이 암만 사정해도 재 결투는 없을 거라며 호언장담 했습니다.
그맘때쯤 릴리안도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는 머리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얼굴의 반을 가리는 커다란 안대를 끼고 있었습니다. ‘아, 내가 졌나보다.’ 릴리안은 그렇게 여겼지요. 그런데 릴리안이 변명이라도 할 셈으로 입을 여는 순간, 누군가 버럭 역정을 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눈에 상처를 내다니! 마고녀석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도 모르는 겐가!"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금방이라도 릴리안이 자길 때려눕힐 것 같으니까 그런 악수를 둔 거겠지!"
"이렇게 치사한 놈인 줄 알았다면 우린 절대 마고의 결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걸세!"
"그런 놈과는 우열을 가릴 가치도 없소! 릴리안, 당신이야말로 우리가 인정하는 진정한 승자요!"
"맞소! 릴리안 만세! 릴리안 만세!"
이때다 싶었던 릴리안은 다신 마고와 주먹을 맞대지 않겠다며 하늘에 맹세해보였습니다.
그렇게 둘은 영원한 숙적으로 남았습니다. 작정하고 겨루면 둘 중 누가 이길지 내심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정작 마고와 릴리안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지요.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상대방과 싸우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심은 서로를 향한 존경만큼이나 굳건해서 절대 흔들리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그날을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은 칼로 자른 듯 두 파벌로 나뉘어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미워했거든요. 앙금은 오랫동안 이어져 마고와 릴리안이 싸움판을 떠난 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을에는 여전히 마고파와 릴리안파가 존재한답니다.
제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번 가서 물어보시죠. '마고와 릴리안의 승부를 아십니까?'라고 말이에요. 장담컨대 사람들의 대답은 분명 이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알다마다요! 그 비겁한 불한당 마고가 릴리안의 눈을 멀게 할 뻔 한 승부 말이지요?"
"그럼 알지요! 싸움꾼의 긍지라곤 없는 릴리안이 마고의 두 팔을 부러뜨린 승부를 내 모를 리가 있겠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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