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사람이 임자(1)

내 거야! 아무도 못 줘!

by MMQ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저게 뭐지?’ 싶은 게 떨어져 있을 때가 있습니다. 막상 가까이 가보면 끝이 마모된 병조각이거나 누가 씹다 뱉던 껌이기 일쑤죠.


다이엔 씨도 처음엔 먼발치에 떨어진 ‘그것’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것’을 보는 다이엔 씨의 눈은 점점 커졌고, 다섯 걸음 정도 남았을 땐 누가 먼저 볼 세라 한달음에 달려가 냉큼 코트 주머니에 넣었지요.


'완벽해! 정말 완벽해!'


다이엔 씨는 '그것'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흡족하게 웃었습니다. '그것'은 알이 굵은 밤톨보단 크고 말라붙은 땡감보단 작았습니다. 철쭉보다 붉고 새벽녘보다 푸르렀으며, 갓 내린 커피처럼 진하고 산에 낀 안개처럼 어슴푸레했습니다. 여기부터 저기까진 제비 꼬랑지처럼 쭉 빠졌지만 이쪽부터 저쪽까진 둥그스름하고, 요 아래부터 저 위까지는 악어 이빨처럼 뾰족뾰족 했습니다.


‘크기도, 색깔도, 모양도 전부 완벽해! 세상 어딜 뒤져도 이만큼 완벽한 건 찾을 수 없을 거야.’


다이엔 씨는 누구에게도 ‘그것’을 절대 넘기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다짐하기가 무섭게 앞서 걸어가던 남자가 몸을 푹 수그리더니 이불 밑 손가락을 찾는 고양이처럼 땅 여기저길 더듬는 게 아니겠어요?


“이상하다, 방금 떨어뜨린 것 같은데 왜 안 보이지?”


남자는 빙글빙글 돌며 바닥을 살피다 다이엔 씨와 눈이 마주치자 모자챙을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습니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혹시 이 근처에 뭔가 떨어져있는 걸 보시지 못했습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남자는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였습니다. 이마가 도톰하고 뺨에 윤기가 흐르는 귀여운 아이가 남자와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여기 가운데 저희가 들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 조카가 만들어준 소중한 생일 선물이지요. 요래 희한한 걸 어쩜 그리 척척 만들어내는지,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니까요! 알 굵은 밤톨보단 크고 말린 땡감보단 작고, 철쭉보다 붉으면서 새벽녘보단 푸르고….”


남자는 명백히 다이엔 씨의 ‘그것’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를 내세우는 치사한 수법까지 써가면서 말이에요!


다이엔 씨는 입술을 뒤집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런 물건을 본 기억은 없네요.”


“정말입니까?”


“네.”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세요. 정말, 정말로 이런 물건을 보신 적 없습니까?”


문득 남자의 눈동자가 섬뜩한 보랏빛으로 변하면서 그의 수염이 한 뼘 정도 더 길어지는 듯 했습니다. 설핏 벌어진 입 속에 송곳 같은 이빨이 잔뜩 돋아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나 다이엔 씨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네 정말로 없어요.”


남자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다이엔 씨를 흘겨보다 명함 한 장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다이엔 씨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마자 곧장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지요.


그때, 쓰레기통 구석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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