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이 좋은 걸 왜 안 봐! 왜 안 와?!
“이 공연, 진짜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어요.”
녹화가 끝나고 녹화 후기를 보는데 이런 댓글이 많았다.
그날따라 절반쯤은 빈 객석이 신경이 쓰였는데, 한 번 오기만 하면 계속 올 텐데 왜 관객들이 안 오는지 정말로 답답하던 차였다.
무대 위 조명은 완벽했고, 밴드의 연주는 뜨거웠지만, 녹화장 객석은 절반쯤 비어 있었다.
우리 공연장은 500석 규모였다. 밴드마다 팬은 평균 50명 남짓, 3팀이 출연할 시 150명~200명 사이의 팬이 모였다. 마니아층의 팬이 아니라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는 일반 관객들에게 입소문이 나야 하는데 한 달에 한 번 하는 공연 특성상 홍보가 쉽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함성은 진심이었지만, 나머지 절반 가량의 빈 좌석 공기는 어쩐지 쓸쓸했다.
트로트 무대였다면 단체 관객이 몰려왔을 테고, 아이돌이 출연했다면 응원봉이 객석을 뒤덮었을 것이다.
하지만 밴드 음악은 언제나 “좋지만 낯선, 마니아들의 장르”였다.
좋다고 말하면서도, 직접 보러 오기엔 한 발 물러서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배, 관객이 너무 적어요. 이번 달 라인업 정말로 죽이는 데 왜 모객이 안되는 거야.”
선배 피디에게 투덜거려 봐도 선배는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는 듯 답했다.
“그래도 방송은 잘 나가. 관객들 가운데 자리로 모으고 빈자리만 안 비치게 찍으면 돼.”
그 말이 틀리진 않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했다.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무대를 하는 밴드가 힘이 나겠는가 말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역시나 근본 없는 '사서 고생'을 택했다.
직접 사람을 초대하자!! 빈자리를 빈자리로 두지 말고,
공연을 좋아하지만 몰라서 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리자!
생각은 행동으로 답했다.
나는 지역 소방관, 경찰, 봉사단체, 빅마우스가 되어줄 지역 유명 카페 회원들에게 접촉했다.
“방송국에서 한 달에 한 번 이런 공연을 합니다. 관람을 원하시면 0일까지 관람인원을 알려주세요"
첫 통화에서 소방서 직원이 물었다.
“밴드 공연이라고요? 그 팀 알죠!! 무료라고요? 저희가 가도 되나요?”
“당연하죠. 오히려 오셨으면 해서 드리는 거예요.”
“아니,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그의 반가운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조건은 단 하나, 매 달 다른 그룹(조직)의 사람을 초대하되 인원수는 50석이 넘지 않게 가 원칙이었다. 혹시나 우리 프로그램을 보러 온 사람이 초대석 때문에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말했다.
"한 번 보시고 괜찮으면 그다음부터는 관객으로 와주세요!"
그 짧은 대화 하나가 그렇게 사람을 기쁘게 할 줄 몰랐다. 우리가 초대하는 건 공연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공연날, 붉은 제복을 입은 소방관들이 객석에 앉았다.
낯선 듯,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다가 드럼이 터지고 기타가 울리자 그들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터졌다. 그 순간, 객석의 공기가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자리는 남았다. 일반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그래서 나는, 발로 뛰기로 했다.
'단순히 공연만 보러 하루의 스케줄을 짜는 게 아니라 하루의 일정 안에 공연이 녹아들게 하자!'
나는 방송작가 짬바로 방송국 근처 핫플과 맛집 카페, 관광코스까지 폭풍 검색했다.
그리고 직접 가서 먹고, 찍고, 올렸다. 모두 내돈내산이었다.
“오늘 점심은 여기예요. 공연 보러 오시기 전에 한 그릇 어떠세요?”
“근처 카페 분위기 좋아요. 커피 한 잔 하고 공연 오시면 딱입니다.”
피디 선배가 내 휴대폰을 보며 웃었다.
“그걸 진짜 네 돈으로 다 먹은 거야?”
“네.”
“그걸 왜 해?”
“알려야죠! 이런 공연이 있다는 걸! 몰라서 못 오면 너무 아깝잖아요.”
“방송작가야, 맛집 리포터야?”
“요즘은 멀티가 대세잖아요.”
선배는 뭣하러 그렇게까지 공을 들이냐 타박했지만, 이 게시물 하나로 10명이라도 더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업을 했다.
며칠 뒤, 근처 카페에 들렀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들렸다.
이번 달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할 밴드의 노래였다. 나는 카운터로 다가갔다.
“사장님, 혹시 이 밴드 아세요?”
“알죠~! 요즘 라이징 밴드잖아요. 손님들이 자주 틀어달라 해서 넣었어요. 목소리 참 좋죠?”
“역시 남다른 감각!. 사실 이번 달 ○일에 저희 방송국에 출연하거든요.”
“진짜요? 그 밴드가요? 전 몰랐어요! 세상에,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네, 무료로 관람도 가능해요. 손님들께도 한번 알려주세요.”
“그럴게요!! 며칠이라고요? 저도 가봐야겠네요.”
그날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사장님과의 대화를 인스타그램에 직접 옮겨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즈음 지역 홍보 계정들이 하나둘 생겼다.
‘카페거리’, ‘핫플’, ‘OO맛집지도’.
지금처럼 유료광고가 활성화되지 않은 시점이라 무료로 맛집, 핫플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곧장 DM을 보냈다.
“혹시 저희 프로그램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밴드가 출연하는 음악방송이에요.”
답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밴드요? 진짜요? 그런 방송이 있었어요? 좋아요! 이런 거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출연자 프로필이랑 링크드릴게요.”
“홍보야말로 상생이죠. 같이 해요.”
그때 그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고 나는 정말 울 뻔했다.
"무료라니! 대 혜자공연!"
“인스타 보고 왔어요!”
“맛집 소개 글 보고 공연 보러 왔어요.”
“소방관 초대 이벤트 감동이었어요.”
사실 이러한 다양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관객에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번 달은 못 가지만 다음엔 꼭 갈게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알리다 보면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홍보 없이도 알아서 오는 날이 오리라 진심으로 믿었다.
500석을 다 채우지 못해도 괜찮았다.
그날 객석 어딘가에서 누군가 처음으로 밴드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면,
그 한 사람이 바로 내가 찾던 ‘모객의 이유’였다.
그때 찍은 카페 사진은 아직도 폴더 어딘가에 있다.
커피는 식었지만, 그날의 마음은 여전히 향기롭게 퍼지고 있다.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5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