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가도

by 지나온 시간들

오늘 밤은 쉬이 잠이 들 것 같지가 않다. 아픔과 상처가 유난히 나의 내면에서 기어 나와 몹시도 나를 힘들게 하기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울지도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억지로 잠을 청했으나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을 뿐이었다. 아픔의 기억으로 잠들지 못함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름대로의 최선이 결코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나 자신의 자괴감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평범한 일상마저 쉬이 가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어차피 삶이 그렇다는 것을 잘 아는데도, 모든 것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데도 지식과 마음이 이렇듯 엇갈리는 때가 있기에 그것이 나의 걸어가는 발목을 붙잡고 더 이상 앞으로 가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돌이킬 수 없음을 알면서도, 용기 낼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도 그저 이 자리에 주저앉아 오늘의 무거움만을 감당 치도 못하는 나약함의 소유자가 나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고 있기에 오늘도 밤이 깊도록 내면의 그 어딘가만을 헤매고만 있을 것이기에 긴 밤이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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