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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골짜기

by 지나온 시간들

하얀 눈 덮인 골짜기엔 적막함만 있었다. 모든 것이 파묻힌 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힘이 없었기에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눈 속에 묻힌 그 아픔과 슬픔을 헤아릴 길도 없었다. 쌓인 눈이 녹아 계곡물이 되어 흘렀다. 새소리 들리고 나비 날아다녀도 그 아픔은 치유되지 못했다. 푸르던 녹음은 지고 빨간 단풍이 되어도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마지막 나뭇잎도 떨어졌다. 모든 것이 자취를 감추고 다시 하얀 눈이 쌓였다. 인적 끊긴 그 골짜기엔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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