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은 깊었다. 내려가기에 두려울 정도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섣불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이 깊은 계곡이 왜 내 앞에 놓여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 깊은 계곡으로 내려가야만 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그때야 알았다. 내려가는 그 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곡의 끝이 어디일지 아직 알지 못하나 언젠간 바닥에 도착하고 다시 계곡을 벗어나 그 위로 갈 수 있음을 머리 위 빛나는 태양이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