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는 더 큰 세상에서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운명의 여인 카미유 동시외를 만납니다. 그녀는 모네의 모델이 되어 캔버스 앞에 여러 번 서게 됩니다. 둘은 점점 가까워지며 사랑에 빠집니다. 모네와 동시외는 결혼 전 아이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모네의 집에서는 그 결혼을 심하게 반대합니다. 당시 모델이라는 직업은 형편이 좋지 않은 여성들이 하는 일이었고 가끔 몸도 팔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네는 카미유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는 가족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미유와 결혼을 합니다. 이후로 모네는 가족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그의 그림을 찾는 사람은 아직 없었기 때문입니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결혼 생활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점점 가난해지면서 정신적인 압박감으로 인해 모네는 강물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후원자를 간신히 구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모네의 그림을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모네가 운명처럼 사랑했던 동시외가 둘째 아이를 낳던 중 세상을 떠납니다. 그녀의 나이 겨우 32살이었습니다.
모네의 말년 또한 불행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아들이 세상을 떠납니다. 또한 재혼한 아내마저 하늘나라로 가고 맙니다. 그의 그림을 비웃는 사람도 여전했습니다. 게다가 화가로서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시력이 점점 나빠져 갔습니다. 두 번의 백내장 수술을 했고 자신의 눈이 실명에 가까워가는 것을 느낍니다. 또한 폐암 진단을 받아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네는 끝까지 붓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바로 ‘수련’입니다. 진흙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처럼, 모네는 자신의 삶이 불행이라는 절망 속에 놓여 있지만 그 불행을 딛고 다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어려움이라 할지라도, 삶을 포기하고 싶은 우울함에 빠지더라도, 살아가는 기쁨과 즐거움을 잊게 하는 일들이 다가와도, 그러한 절망을 경험했기에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행이 있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아픔이 있기에 기쁨을 알 수 있고, 삶의 어둠이 있었기에 밝음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행복만 계속된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고, 좋은 일만 계속된다면 좋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입니다. 밝은 날만 계속되면 밝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힘든 날들이 있었기에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모네는 비록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수련이 남다르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고 속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을 것일 뿐입니다. 모네의 그림 속의 수련처럼 환하고 아름답게 피는 날이 언젠간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