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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이유, 할 수 없는 이유

by 지나온 시간들

이번 일요일에도 새벽 6시에 20km 정도를 달렸습니다. 제가 마라톤을 하는 것은 할 수 없는 이유를 극복하고 할 수 있는 이유에 마음을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해 본 적이 별로 없고 체력도 좋지 않은 저로서는 사실 마라톤은 무리라 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일찍 지치고 스피드를 따라갈 수가 없어 항상 맨 꼴찌로 들어오곤 합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당연히 힘든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사람의 몸에는 한계가 있기에 버텨내기가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기에 오래 달리다 보면 무리가 오곤 합니다.


마라톤은 당연히 힘이 들고 완주를 하기까지 많은 정신적 과정을 겪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수도 없이 들기도 합니다. 완주를 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다면 사실 너무 많을 것입니다. 다리가 풀려 잘 나가지도 않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호흡하기도 힘들고, 아무리 달려도 거리가 쉽게 줄어들지도 않고, 발목에 통증이 오기도 하고, 인대가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하며, 너무 땀을 흘려 탈수 증세도 보이기도 하고, 다른 무엇보다 이걸 왜 시작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며, 완주를 했다고 해서 별 특별한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완주하지 못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면 정말 수많은 변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살아가는 모든 것이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다면 정말 많을 것입니다. 할 수 없는 측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 마라톤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적당한 답은 없습니다. 그렇게 힘든 것을 왜 하냐고 묻는다 해도 무슨 말로 답해야 할지 저도 잘 모릅니다.


그저 제 생각은 달리다 보면 나의 한계를 느낄 수 있고, 그 한계를 극복하면서 살아있음은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나의 모습은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기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이런저런 변명이나 핑계보다는 단지 완주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할 수 없는 이유 100가지를 찾을 시간에 할 수 있는 이유 1가지만 있어도 그것을 가슴에 품고 달리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 중에서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 그것을 피하다 보면 나는 항상 그 자리에서만 머무르고 말 것입니다. 다만 할 수 있는 이유 한 가지만 가지고서라도 끝까지 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승선에 도착할 것입니다. 비록 결승선에 도착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으로 지금보다는 더 나은 자리에서 다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할 수 없는 이유 자체를 버리고 할 수 있는 이유만으로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봄이 되었으니 여기저기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할 것입니다. 그 연약한 생명체도 추운 겨울을 버티어 냈기에 예쁜 꽃을 피워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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