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지나온 시간들

산은 생명이다. 산에는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있다. 이들이 모여 숲을 이룬다. 산에 있는 그 숲이 지구를 살린다. 숲에서 나오는 산소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을 책임진다. 산을 오를수록, 깊은 숲이 나올수록 나의 가슴은 시원하다. 숲이 만들어 내는 바로 그 생명이 나의 몸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생명은 소중하다. 생명을 책임지는 산은 그래서 아름답다.


산은 극복이다. 나를 이김으로 올라갈 수 있다. 포기하는 한 정상과는 멀어진다. 여름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산을 오른다. 온몸이 젖어도 상관없이 그저 오른다. 나를 잊어야만 가능하다. 생각을 하는 순간 중간에서 그만두고 내려가고만 싶을 뿐이다. 그 마음을 이겨야 한다. 한겨울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덮여 있는 산을 오른다.


신발에 눈이 들어가도 눈길이 미끄러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올라간다.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와 얼굴이 깨질 것 같고 귀가 빠져나갈 것 같아도 눈 쌓인 그 길을 올라 정상에 우뚝 선다. 온 천지가 전부 하얗다. 모든 것이 눈 세상이다. 천국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자신을 극복한 자만 알 수 있는 희열을 느낀다.


산은 관조다.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모든 것이 작아 보인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보면 별것이 아니다. 조그만 것을 가지고 아등바등 살았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연연해하고 집착했다. 산은 그러지 말라고 한다. 나는 너무나 작고, 살아가는 것도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을 산은 그렇게 나에게 말한다.


산은 포용이다. 산은 오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받아준다. 그 누구를 가리지 않고 선택하지 않는다. 그만큼 크고 웅장하기 때문이다. 그 산이 가지고 있는 포용이 산을 오르는 나에게도 옮겨온다. 산이 나에게 받아들임을 가르쳐 준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나의 삶의 가치를 높여준다. 거기엔 미움도 없고, 시기와 질투도 없다. 그저 인정해 주는 것밖엔 없다. 옳고 그름도 없으며, 이쪽저쪽도 없다. 그저 다 포용하는 것이다.


산은 자유다. 어느 길로도 갈 수 있다. 수많은 등산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아무 곳으로나 갈 수 있다. 나의 삶은 내가 하고자 하는 바대로 잘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원해도 그 길이 쉽지 않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도 수없이 해야 한다.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진정한 자유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산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가면 된다. 험한 길을 선택해도 되고, 쉬운 길을 가도 된다. 그저 내 마음이다. 나는 비로소 산에서 자유를 느낀다.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가면서 진정한 자유인으로 태어난다.


산은 휴식이다. 산을 오르며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을 잊어버린다. 나에게 아픔을 주었던 사람도, 고통을 주었던 사람도 다 잊을 수 있다. 나를 구속하고 있었던 많은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힘들게 짊어지고 있었던 마음의 무거운 짐들을 이제는 내려놓고 숲 속에 앉아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쉬고 나서 다시 용기와 힘을 받아 나의 자리로 돌아가게 해 준다. 진정한 휴식은 삶의 추진력이 되어 나의 존재의 힘이 되어 준다.

산이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산을 오르며 나는 새로운 내가 되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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