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흔여섯 방울의 눈물>
강태민
나는 먼 곳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에게 내 모습 들키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는 먼 곳에서 너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었다.
바람이
바람이 내가 서 있는 숲의 나무 잎술을
술렁술렁 흔들어 놓고 있었다.
지나간 나의 모든 이야기가 갑작스레 낯설다.
그리고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작고 초라하게 여겨진다.
너와 함께 하고픈 이 내 마음이여
이것만이 진실이라고 살아있음이라고 느껴지는데
하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
밤새 운 아흔여섯 방울의 눈물로 서 있는 나를 모른다.
나는 갈수록 너를 사랑하는데
깊은 숲 속으로 몸을 숨기는데
네가 내 모습을 빨리 찾아주기를 기대하면서도
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내 뜻을 배반한다.
언뜻 너의 집 하얀 나무 창문 흰 커튼 사이로
너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아주 가끔 이런 식으로 나는 너를 만나고 있지.
숲 속의 작은 새처럼 단 하나의 숲밖에는 알지 못하는
그것만이 모든 세계인 줄 아는 아주 어린 새처럼
지금 내 영혼은 너의 사랑이라는 숲에 갇힌 채
아흔여섯 방울의 눈물로 가만히 서 있다.
닿을 수 없는 자리에 있기에 다만 바라볼 뿐이다. 어디에 있는 줄 알면서도 가까이 갈 수가 없다. 스쳐 가는 인연이었을까? 단지 그리움으로 끝나고 마는 것일까? 그토록 오랫동안 지켜보고 마음속에 두기만 했을 뿐 더 이상의 실체는 없으니 허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전의 그 시간은 의미마저 퇴색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아예 시작조차 없었음이 더 나은 것은 아닐까? 나의 과거의 존재가 의미가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왜 이토록 나는 초라해져 가고만 있는 것일까?
지켜보기만 해야 하고 그것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인식조차 하지 못함이 나를 아프게 한다. 이 아픔에게도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하는지 울지 않았던 나의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너밖에 알지 못하는 나, 그렇게 세상이 너무 작았던 나, 나의 영혼마저 너에 갇혀 그냥 그 자리에 앉아만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 숲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흘린 너무 많아서.
더 넓은 세계로 가야 할지 아니면 계속 이 자리를 지켜야 할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나에게 남은 눈물이 있을까? 그 눈물이 의미조차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왜 이리 작은 눈물방울은 계속 떨어지는 것일까?
과감하게 이 숲을 떠나도 내가 흘린 그 눈물은 돌이킬 수도 없고 그저 과거의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내 마음은 진실된 것이었다는 것을 나의 아흔여섯 방울의 눈물은 알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