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by 지나온 시간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기다림은 희망이다. 소중한 그 누군가와 약속했기에, 만날 것이라는 약속을 했기에 기다린다. 그 약속은 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내 주위에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나에게 소중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기에 기다릴 수 있다. 그 소중한 것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오래도록 기다릴 수 있다. 나의 존재는 그 사람과 함께함에 의미가 있고, 그 함께함의 희망이 내가 기다림에 지치지 않는 이유다.


기다림은 행복이다. 기다리는 동안 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나는 행복할 뿐이다. 시계를 바라다본다. 이제 그 약속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나는 더 행복해진다.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만나지도 못했는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나의 마음을 가득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가득한 행복이 그 사람을 기다리게 만든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그 모든 시간은 행복 그 자체이다.


기다림은 믿음이다. 그 사람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기다린다.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기다린다. 믿음은 존재로부터 나온다. 그 사람의 존재가 나에게 믿음을 주었다. 다른 사람보다 그 사람의 존재가 나의 존재에 의미가 있다.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면 내가 기다릴 이유도 없다. 믿을 수 있는 존재이기에 나는 기다릴 수 있다. 믿음은 조건이 필요 없다.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 그의 존재는 나에게 그러한 조건 없는 믿음을 만들어 주었다. 그 사람도 나를 믿기에 나에게 오고 있을 것이다. 서로 간의 믿음은 쉽지 않지만, 그것이 가능하기에 우리는 기다릴 수 있다.


기다림은 사랑이다. 사랑하기에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그 사랑은 더 커진다. 시간이 지나고 있다.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사랑이 이제 나로 하여금 그 사람에게 가도록 만들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그 사람은 나에게 오고 나는 그 사람에게 간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서로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것이 사랑이다. 서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것, 바로 그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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