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by 지나온 시간들

유치환은 38세의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이었고, 이영도는 어린 딸이 있는 29세의 미망인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왜 몰랐을까? 하지만 다가오는 사랑을 거부할 수도 없는 운명이었다. 유치환은 자신의 마음을 5,000여 통의 편지에 담아 매일같이 이영도에게 보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한 동료 교사였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 띌까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3년간의 계속 전해지는 마음에 이영도와의 정신적인 사랑이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어쩌지 못하는 사랑에 마음이 아팠을 뿐이다. 이제 마음이 열렸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무제 >



이영도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울여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마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유치환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의 어린 시절과 그의 청춘을 꽉 채워준 사람이 그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였던 두 사람 사이의 사랑과 정 또한 남달랐다.


유치환은 1967년 2월 밤에 집으로 퇴근하는 길에 직행버스에 치여 세상을 떠난다. 그날 아침 그가 쓴 마지막 시는 유고 시가 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죽음을 예견한 듯한 느낌이다.


<유치환의 유고 시>


등성이에 올라 보노라면

내 사는 거리는 아슴한 저편

내 끝에서부터

내 발밑까지 첩첩이 밀려 닥쳐 있고

이쪽으로 한 골짜기 화장장이 있는 그 굴뚝에서

오늘도 차사의 연기 고요히 흐르고 있거니


이 세상에 같은 종류의 사랑은 없다. 하지만 절실한 만큼 사랑에 있어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누군가가 욕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만은 진실했음에 틀림이 없다. 사랑은 깊을수록 아픈 것인지도 모른다.


유치환의 죽음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은 무심히 하늘로 떠나가 버렸다. 하고 싶었던 말도 제대로 다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그 사람은 떠나가 버렸다. 땅에 남아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탑>

이영도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한 채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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