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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가 무서운 이유

by 지나온 시간들

https://youtu.be/oWIx3Erswh8


어떤 줄에 매달려서 원을 그리며 회전하고 있는 공과 같은 물체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이 회전하는 물체를 회전축의 중심 쪽으로 잡아당기면 그 물체의 속력은 증가하게 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각운동량은 원운동의 경우 회전축으로부터의 어떤 물체까지의 거리, 그 물체의 질량, 그리고 그 물체의 속력의 곱으로 정의된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L=rmv이다. r을 쉽게 회전하는 원운동의 반지름이라 생각하고, 반지름이 클 때와 반지름이 작을 때를 비교하면 반지름이 작아지면 각운동량이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에 속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반지름이 커지면 그 물체의 속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체의 질량은 이 정도의 경우에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대기 중에 움직이고 있는 바람의 경우로 생각해 보자. 대기의 넓은 영역에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던 바람의 경우 만약 반지름이 줄어들게 되면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바람의 속력이 증가하게 된다.


구름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기의 수증기가 수직으로 발달한 구름을 적란운이라고 한다. 구름이 수직 층으로 쌓여있다는 뜻이다. 수증기가 수평축으로 모여 있는 것이 아닌 수직축을 중심으로 아래위로 걸쳐 길게 형성되는 경우이다. 적란운은 강수를 동반할 경우 폭풍우에 가까운 비가 내린다. 그만큼 수증기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수직으로 길게 형성된 적란운이 폭풍우를 동반하면서 회전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바람도 생성될 수밖에 없다. 이 적란운이 대기에 넓은 반경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어떤 조건으로 인해 그 반지름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이 적란운은 어마어마한 속력을 가지고 급격한 회전운동을 하게 된다. 이 회전운동은 폭풍우를 동반한 채 땅 위에서부터 수직의 형태로 회전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토네이도가 되는 것이다.


토네이도는 그 엄청난 회전 속력에 의해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회전 속력이 클수록 당연히 그 흡입력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된다. 집 안에 있는 진공청소기가 집안에 널려 있는 것을 다 빨아들이는 것을 우리는 매일 볼 수 있다. 만약에 그 진공청소기보다 약 천배에서 만 배 이상의 흡입력이 있는 기계를 생각해 본다면 그 위력을 가히 상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토네이도가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러한 흡입력에 의한 그 회전 속력에 있다. 반지름이 아주 줄어들 경우 그 속력이 거의 400~500km/h 정도가 된다. 이 정도의 속력이라면 주위의 어떤 것도 남아 있기 힘들게 된다. 토네이도가 지나가는 그 경로상에 있는 모든 것은 다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장마철 홍수가 나서 하수구 구멍으로 물이 회전하면서 빨려 내려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시속 50km/h 정도의 속력으로 가는 자동차와 부딪혔을 경우 우리 인간의 가장 단단한 뼈 중의 하나인 정강이뼈도 부러질 수 있다. 시속 50km/h 정도의 속력이 빠른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완전히 착각이다.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마당에 그 정도의 속력에 의해 인간의 웬만한 뼈는 거의 다 부러진다. 시속 100km/h 이상의 속력으로 달리는 고속도로 상에서 정면충돌의 사고가 난다면 인간은 살아남을 확률이 극히 낮다. 만약 그 정도 속력의 정면충돌에서 살아남았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운아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토네이도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그 경로의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어느 쪽으로 갈지 일기예보에서 예상이 가능하다면 이에 대비할 수 있지만, 토네이도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거의 힘들다. 왜냐하면 수직으로 워낙 길게 형성되어 있고 그 회전 속력이 수시로 바뀌면서 반지름마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토네이도의 질량중심을 계산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질량중심도 계산하기 힘든 마당에 그 경로를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빠른 슈퍼컴퓨터로 계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변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간 안에 토네이도의 예상 경로를 알아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언제 어디로 움직일지 몰라 그 주위의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다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공포심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가장 공포를 느낀 경우를 꼽아보라면 두 번 정도가 생각이 난다. 첫 번째는 진도 6.0이 넘는 지진을 한밤중에 캘리포니아에서 느꼈을 때다. 두 번째가 바로 미국을 대륙횡단할 때 중부지역에서 두 눈으로 직접 토네이도를 보았을 때다. 당시 네브래스카를 지나던 중이었다. 오후 시간이었는데 환했던 주변이 갑자기 칠흑같이 깜깜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토네이도가 지나가는 경로 범위였다. 정말 무서웠다. 그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직접 몸으로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흔히 미국 사람들은 토네이도를 표현할 때 “a beautiful tornado”라는 말을 쓴다. 도대체 그 무시무시한 토네이도에게 왜 아름답다는 표현을 할까? 내 생각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리듯이 무시무시한 토네이도를 눈앞에서 보면 혼이 다 빼앗겨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랬다. 네브래스카에서 토네이도를 눈앞에서 본 순간 나는 아무 생각이 안 났다. 혼마저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미국에서는 오클라호마, 네브래스카, 캔자스, 앨라배마 지역에서 가장 토네이도가 많이 발생한다. 이 지역에서 토네이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만나면서 충돌을 일으켜 지구 자전과 같은 방향인 반시계 방향으로 두 기류가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 해에 평균 300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며 토네이도로 인해 평균 80~100 정도가 사망한다. 재산적인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아직도 이 두 경험은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 공포심이 너무 커서 뇌리에 생생하다.


토네이도는 모든 것을 전부 빨아들이기 때문에 무섭다. 어떤 것을 막론하고 전부 다 빨아들여 모조리 없애 버린다. 우리 삶에서도 토네이도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해 버릴 그런 것 말이다. 미국에 있을 때 주위에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모가 자식을 경찰에 마약을 한다고 신고를 일부러 하는 것을 보았다.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부모의 판단에 의해 경찰은 부모의 신고로 부모가 보는 앞에서 자식을 체포해 가는 것을 직접 그 부모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을 했을까?


하지만 그 자녀는 나중에 감옥에 나와서도 다시 마약을 했다. 그의 삶은 마약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인생의 그 어떤 것도 그 앞에는 없었다. 오직 마약이 전부였다. 토네이도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듯 그의 인생을 마약이 전부 삼켜버린 듯했다. 그분의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온 분들이었고, 나는 그분들의 집에서 몇 달을 같이 살았다. 내가 쓴 방이 감방을 간 그분의 아들이 쓰던 방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에서 결코 토네이도 같은 것을 만나서는 안 된다. 아예 그 근처에도 얼씬거려서는 안 될 것이다. 나와 함께 저녁을 드시면서 수시로 눈물을 흘리시던 그분 모습이 생각난다. 그분을 못 뵌 지 오래되었지만 아마 돌아가실 때까지 그렇게 계속 우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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