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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왜 흐르는 것일까?

by 지나온 시간들

물이 흘러가는 것은 생명 그 자체를 위함이다. 자연에는 정지하고 있는 물은 거의 없다. 인간이 물을 가두어 놓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댐이나 저수지 외에 자연의 그 어떤 물도 가만히 정지하고 있는 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의 본성은 흐름 그 자체에 있다. 인간의 성질을 인성이라 한다면 물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물의 본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생각은 오직 인간 자체에 국한되어 자연을 자연 그 자체로 바라보는 능력이 부족하다. 자연의 그 모든 것을 인간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인으로 착각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하고 있는 착각일 뿐이다. 자연은 그러하지 않다.


물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흐름에 있다. 흐름이란 시간에 따라 위치가 변하는 운동이란 뜻이다. 물의 본질이 운동이라면 왜 그런 것일까? 이것은 물을 하나의 생명이라 가정해 본다면 쉽게 답이 나온다. 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물의 입장에서는 생존할 수가 없다. 생존이란 생명과 같은 말이다. 즉 물이 흘러가지 않는다면, 즉 스스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물은 자체적으로 생명을 잃는다.


인간이 목숨을 잃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누구나 다 잘 알 것이다. 인간이 죽게 되면 썩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물도 마찬가지다. 물이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은 썩게 된다는 것이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의 흐름이 사라지고 점점 물이 썩어 들어가게 된다.


물 자체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물은 지구 상의 수많은 생명체가 물을 기본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물은 지구 상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신체 7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 상의 그 어떤 생명체도 식물이건 동물이건 물 없이는 존재가 불가능하다.


지구 상의 물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스스로 계속 흐르면서 순환을 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자연의 원리이며 법칙이다. 오직 인간에 의해 이 흐름이 끊기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 물의 본성에 방해를 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인간이 댐을 막고 저수지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을 위한 행위이다. 물론 댐과 저수지로 인해 인간이 혜택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댐과 하천 공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좋은 방법을 택했어야 했다. 불행하게도 국가의 지도자들은 그러한 지혜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가장 좋은 방안을 찾으려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실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실로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직선으로 가기도 하고 굽이쳐 흐르기도 하며, 어떤 곳에서는 빠르게 흐르며, 어떤 곳에서는 느리게 흘러간다. 하지만 이 모든 형태의 흐름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물이 썩지 않기 위한 조건은 유속이 가장 중요하다. 흔히 평균 유속은 유량을 단면적으로 나눈 것으로 정의한다. 일정한 면적 하에 얼마나 많은 양이 흘러가느냐가 유속이라는 뜻이다. 많은 양의 물이 흘러갈수록 당연히 물의 흐름이 빠를 것이며 이런 경우 물은 절대 생명을 잃지 않는다. 하천의 경사가 다름에 따라 물의 양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사가 급하지 않을수록 물의 흐름은 느려지지만, 물의 양 자체가 많게 되면 물은 썩지 않는다. 그래서 강의 폭이 큰 경우 유속이 느려도 물이 썩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유속이 그리 빠르지 않지만, 남한강과 북한강에서 합쳐 흘러내리기에 그 양이 충분히 많아 유속이 느리더라도 자연 그대로는 썩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이 만드는 수로의 구조가 어떠한 형태냐에 따라 이것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가 있게 된다. 자연은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자신에게 맞는 수로를 스스로 형성해 간다. 하지만 인간이 크게 잘못 건드려 놓으면 물은 생명을 잃게 된다.


물은 지구 상의 수많은 생명체의 생명의 근원이 될 뿐만 아니라 물 자체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그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소리를 듣지 못할 뿐이다. 열린 눈으로 열린 가슴으로 본다면 그 생명의 울부짖음을 듣지 못할 리 없다.


물의 가장 중요한 본성은 흐름이다. 흘러가야만 다른 생명체에게도 자신에게도 생명의 근원을 제공할 수가 있다. 흘러간다는 것은 정체하지 않음이다. 어느 한자리에서 그리고 한 위치에서 그대로 그 모습을 유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의 살아있음도 바로 흐름에 있을 것 같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우리의 생명의 근원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별 차이 없이 항상 똑같은 정체된 모습은 살아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보다 더 나은 나의 모습으로 항상 변해가야 함이 나의 내면에 있어서 생명의 근원이 되는 것은 아닐까? 나의 나됨은 살아있음을 느낌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과거의 아픔이나 고통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나로 흘러가는 것이 나의 생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되는 것은 아닐까? 살아있음은 어떤 상태의 정체가 아닌 새로운 상태로의 전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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