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맛이 다른 이유

by 지나온 시간들

지난번 설악산 봉정암에 갔을 때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수돗물이 아닌 자연 상태 그대로 내려온 물을 봉정암을 찾는 이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어릴 때 집 뒤에 있는 우암산에 올라갔을 때도 용화사라는 사찰이 있었는데 산에 올라가서 내려올 때마다 거기서 매일 물을 마셨던 기억이 났다. 흔히 약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봉정암에서 내가 마신 그 물은 정말 달고 맛있었다. 편의점에서 사 먹는 생수하고는 맛이 너무나 달랐다. 계곡이 가팔라 물의 흐름도 상당히 빨랐고, 그 물을 그대로 떠서 마실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내가 이제까지 먹어본 물맛 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음식 맛에 대해서는 거의 무감각할 정도라서 아무 음식이나 맛도 모르고 그냥 생각 없이 빨리 먹고 나서 해야 할 일을 하는 편이다. 밥을 먹거나 음식을 먹는 데 있어서 거의 시간으로 할애하지 않는다. 밥 먹는데 보통 5분, 많아야 10분이면 다 끝난다. 커피 같은 것도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으면 마실지 몰라도 혼자서 먹을 때도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먹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이런 터에 물맛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안 된다.


그런데 그날 설악산 봉정암에서 물을 마시는 순간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물이 있나 싶었다. 물론 산행으로 힘이 들어서 그런 생각이 더 났을 수도 있었지만, 그 요인은 거의 작용하지 않았음이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하다. 당연히 그 물 자체가 맛있었다. 어떻게 물맛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지 집에 돌아오면서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알아보고 싶었다. 아래 내용은 내가 알아낸 것은 아니고 그냥 여기저기 찾아본 것이다. 물맛이 다른 이유를 그나마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물은 겉으로 보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알면 그 차이가 엄청나다고 한다. 물은 물 안에 함유되어 있는 미네랄 성분의 종류와 그 양에 따라 맛이 전혀 달라진다는 뜻이다. 대체적으로 칼슘이 많으면 단맛, 마그네슘이 많으면 쓴맛이 난다고 하는데,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 있어 비누가 잘 풀리지 않는 물을 센물(hard water)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물의 경도가 75mg/L 이상인 경우이다. 물의 경도(water hardness, degree of hardness)란 물에 포함되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을 환산하여 나타낸 수치이다. 센물보다 경도가 낮아 비누가 잘 풀리는 것을 단물(soft water)이라고 한다. 빗물이나 수돗물 등이 대표적인 단물이다.

물의 맛을 생각할 때 경도가 높은 물은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아 물의 경도라는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 경우에는 물맛이 산뜻하지 않고 진한 맛이 나며, 경도가 낮으면 담백하나 김 빠진 느낌의 맛이 난다고 한다. 가장 맛있는 물은 통계적으로 경도가 약 50mg/L 정도라고 한다.


예를 들어 물 안에 들어 있는 칼슘의 경우 물이 센물일 경우에는 물맛을 떨어뜨리지만, 단물일 경우에는 물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칼륨의 양이 많으면 쓴맛이 나지만 적당하면 물맛이 좋아지며, 마그네슘은 쓴맛과 신맛을 내고, 미네랄이 너무 많이 녹아 있으면 물에서 쓴맛이나 짠맛 심지어 떫은맛도 느껴지며, 만약 미네랄이 적으면 아무 맛이 없다고 한다.


수소이온 농도 또한 물맛을 다르게 만든다. 중성인 pH 7보다 낮으면 산성이고 높으면 염기성인데, 가장 좋은 물맛은 pH 7.4로 알려져 있다. 물맛은 외부의 기온과 습도에 의해서도 좌우될 수 있는데, 물의 온도가 기온보다 섭씨 5도 이상 낮으면 우리가 물을 마실 때 물맛이 더 좋게 느껴진다고 한다. 겨울보다 여름에 물을 마실 때 물맛이 좋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습도가 낮을 때 물맛이 좋게 느껴진다.


물 자체의 온도 또한 중요한데 물이 미지근하면 물맛이 떨어진다. 물맛이 가장 좋은 온도는 섭씨 10~15도라고 한다. 따뜻한 물을 마시려면 섭씨 70도 정도가 가장 맛이 좋으며, 가장 맛이 없는 물은 섭씨 30~35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다.


편의점에서 여러 가지 생수를 다 사서 시험 삼아 마셔보았다. 우리나라 생수인 삼다수, 백산수, 평창수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려서 우리나라에까지 수입되고 있는 에비앙, 그 모든 생수를 시험 삼아 다 마셔보았다. 가격은 에비앙이 우리나라 생수보다 2배 이상 비쌌다. 어느 생수가 맛이 있는지는 여기서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시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네 가지 생수의 맛은 전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설악산 봉정암에서 마셔본 물의 맛에는 그 어느 것도 따라오지 못했다.


keyword
이전 13화물은 왜 흐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