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화란 글자 그대로 함께 진화한다는 뜻이다. 진화는 살아남음이다. 자연에서는 현재보다 더 나아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 생물은 퇴보되어 멸종될 수밖에 없다. 자연선택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 중에 살아남은 종은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밖에 없다. 다른 종은 지구 상에서 모두 멸종되었다.
공진화란 생물에 있어서 두 개의 종(species)이 상대 종에게 서로 영향을 미쳐 함께 진화해 가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은 다윈이 쓴 “종의 기원”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진화적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했는데 후에 ‘공진화’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생물은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서 서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종이 진화해 감에 따라 다른 종도 이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적응하며 진화해 간다. 이것인 자연의 원리이다. 만약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종 가운데 하나의 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멸종될 수밖에 없기에 생존을 위하여 함께 진화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진화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숙주와 기생자 간의 진화이다. 대표적인 기생자는 바이러스라 할 수 있다. 숙주와 기생자는 진화에 있어 계속적인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두 종이 진화해 간다. 만약 숙주와 기생자 중 어느 한 종이 진화에 실패를 하면 그 종은 서서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보통은 숙주가 먼저 진화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생자는 이에 맞추어 진화해 간다. 2011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예쁜 꼬마선충은 그 기생자인 세균과 함께 공진화한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인간과 바이러스도 공진화 관계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인간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며 바이러스 또한 숙주인 인간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복제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
포식자와 그 먹이종도 상호 작용을 하며 공진화한다. 포식자는 자신의 먹이를 더 잘 잡을 수 있도록 진화해 가며, 그 먹이종은 포식자에게 덜 잡힐 수 있도록 진화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공진화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결국 생존의 문제이다. 단순히 말해서 진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본능은 계속해서 살아가고자 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 공진화의 원리를 우리 인간관계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함께 더 좋은 방향으로 협력해서 살아감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계산하고 따지는 데 있어서 손해를 보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한 이유로 공진화가 되기는커녕 서로 상처를 입히고 같이 퇴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제부터라도 나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가능하다. 그것이 우리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공진화 원리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일 것이다. 그리고 각자가 지혜를 발휘하고 양보한다면 그다음 단계로 이어져 더 나은 모습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이익과 생각만을 고집한다면 공진화는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