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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은 계속 가속될까

by 지나온 시간들

비는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구름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구름은 지상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 그 위치는 구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느 정도 높은 곳에 있는 구름도 있지만 정말 아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구름도 있다.


높은 곳에 있는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정지 상태에서 시작하기는 하지만 점점 갈수록 더 빨라진다. 속도가 빨라지니 가속도가 생기게 된다. 이는 만유인력 때문이다. 지구와 그 물체가 서로 잡아끌어 당기는 힘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다. 지구의 질량이 워낙 크므로 그 물체가 지구 쪽으로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이로 인해 생기는 가속도를 중력가속도라고 한다. 중력과 만유인력은 약간 다르다. 만유인력은 물체와 물체 간의 순수한 힘을 말한다면, 중력은 지구와 지구 위에 있는 물체 사이의 힘에다가 지구 자체의 움직임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그 크기의 차이는 우리가 인식할 정도는 아니라서 만유인력과 중력이라는 표현을 별 차이 없이 사용하고는 있다.


이 중력가속도의 크기가 9.8 정도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정도의 가속도는 엄청난 것이다. 인간이 5층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이 경우에도 예외 없이 중력가속도가 생기는데 비록 10여 미터 정도의 높이이기는 하지만 엄청난 중상을 입게 된다. 만약 10층 정도의 높이라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름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도 중력가속도를 받으며 지상으로 떨어진다. 비록 빗방울 자체의 질량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지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속도가 엄청나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물의 힘도 굉장히 크다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산속 계곡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라 하더라도 그 폭포 밑에 있는 바윗돌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파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오로지 물의 힘일 뿐이다. 그렇게 단단한 바위마저 폭포에서 계속해서 오랫동안 떨어지는 물로 인해 파이게 될 만큼 물의 힘은 상당히 세다. 홍수가 났을 때의 물을 보면 그 힘에 의해 공포를 느낄 정도다.


하늘 위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도 당연히 속도가 증가하게 된다. 만약 구름의 위치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곳에 있는 것이라면 그 위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속도는 어떻게 될까? 계속해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게 되면서 그 빗방울을 맞는 우리는 크게 다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까지 살면서 비 맞아서 죽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지 않은가? 왜 그런 것일까? 빗방울이 너무 작아서 그런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공기의 저항력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것은 구름에서부터 시작하여 대기를 통해 내려온다. 진공상태가 아닌 우리가 숨을 쉬고 살아가는 공기를 관통해서 내려오는 것이다. 대기는 유체의 한 종류이다. 쉽게 말해 액체와 기체를 유체라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유체의 경우 그 유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저항력이 존재한다. 그 저항력은 어떤 물체가 운동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며, 그 물체의 속력에 비례해서 커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유체 내에서 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빠르다면 이 저항력은 속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 속도의 제곱에 비례할 정도로 강해진다.


대기를 통해 떨어지는 빗방울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구름 위에서 운동하기 시작하는 빗방울은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속도로 가속되기 시작한다. 나중에 속도가 너무 증가하다 보면 이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대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저항력이 그 빗방울 속도의 증가를 억제한다. 그 억제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고 결국 빗방울은 이 저항력에 항복을 선언하게 된다. 빗방울 스스로 자신은 더 이상 빨리 떨어지지 않을 테니 제발 저항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의 속도만 유지할 테니 더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최종 속도(final velocity)”라고 한다. 그 이상의 속도는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빗방울의 최종 속도는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뉴턴의 운동법칙인 F=ma를 조금 변형한 미분방정식을 풀면 된다. 계산에 의하면 보통 크기의 빗방울의 경우 최종 속도는 약 9.0m/s 정도 된다. 10초에 90m 정도의 빠르기이다. 아무리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라 하더라도 이 속도는 절대 넘어설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최종 속도를 유지하고 떨어지는 비를 맞으니 우산 없이 비를 맞더라도 머리에 구멍이 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빗방울이 작더라도, 좁쌀 크기보다도 더 작더라도, 만약 그 높은 구름 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공기의 저항력을 받지 않고 계속해서 속력이 증가하여 최종 속력이라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비를 맞고 전부 머리를 크게 다쳐 비 맞는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서 전부 즉사하고 말 것이다.


이렇듯 자연은 우리가 모르는 완충 장치들이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우리가 그러한 것을 설계도 하지 않았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자연 그 자체엔 알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 삶에 있어서도 닥치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따스하고 햇빛 나는 날만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햇빛 나던 날,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쏟아져 내리기도 한다. 시커먼 먹구름이 갑자기 다가와 엄청난 폭우가 우리를 집어삼킬 듯이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가 오더라도 너무 마음 쓸 것은 없다. 비 맞고 죽지 않는다. 우산 없이 그냥 맨몸으로 비를 맞아도 시원할 뿐이다. 그 비를 다 맞아도 결코 죽지 않는다. 시원하게 비 한번 맞고 집에 들어가 수건으로 훌훌 털어내고 말리면 그만이다. 비는 어차피 다 지나가게 되어 있다. 맞아봤자 별것도 아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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