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큐스 왕이었던 히에로 2세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에게 자신의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가격이 싼 은과 섞여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아르키메데스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왕관을 부수지 않고 그 왕관의 성분을 알아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르키메데스의 천재성은 물질의 밀도는 질량과 비례함을 이용한 것이었다. 금과 은은 분명 다른 원소이므로 같은 부피라면 당연히 밀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질량은 다를 것이고 질량에 중력가속도를 곱한 무게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무게가 다른 물체를 물속에 넣으면 다른 크기의 부력을 받는다. 예를 들어 50kg인 사람과 60kg인 사람이 목욕탕에 들어갔다고 하자. 이들은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물에 뜨는 정도, 즉 부력이 다를 것이고 이로 인해 욕탕 밖으로 흘러넘치는 물의 양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이 가득 담긴 그릇에 무게가 다른 물체를 넣으면 그 물체의 부력으로 인해 밀어내는 물의 양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순금으로 만든 왕관과 금과 은이 섞여 있는 왕관을 물에 담그면 이들이 그릇 밖으로 밀어내는 물의 양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르키메데스는 이 원리를 이용했다. 왕의 왕관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 왕관은 순금이 아닌 값싼 은이 섞여 있는 가짜 왕관이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것 같지만 당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실로 천재적인 착상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왕관을 만들라는 명을 받은 신하는 순금으로 만들어야 하면서도 은을 섞어 왕관을 만들었다. 당연히 그는 금으로 왕관을 만들 수 있는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능력이 있기에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순금으로 왕관을 만들지 않고 은을 조금 섞어 만든다면 커다란 이익이 생길 것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내 생각엔 당시 순금이 아닌 은을 섞어 왕관을 만든다고 하여도 왕이 그 사실을 도저히 알아낼 수 없을 것이라 확신을 하였을 것이다. 그 신하는 왕관을 만들기 전에 분명히 어느 정도는 고민을 했음에 틀림없다. 정직하게 왕관을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은을 섞어 만들어서 커다란 이윤을 볼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그는 은을 섞어 만들어도 왕이 그 사실을 알아내기는 불가능할 테니 결국 순금으로 만들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은을 섞어 왕관을 만들었고, 많은 이익을 취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아무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대에는 천재 아르키메데스가 있다는 것을 그는 간과했다. 영락없이 돈을 받기는커녕 돈도 못 받고 벌만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범죄가 많은 분야는 어디일까? 바로 사기, 횡령, 배임이다. 이런 범죄는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바로 능력이 어느 정도는 있는 사람들이 행할 수 있는 범죄 분야이다. 요즘 특히 신문에 자주 나오는 보이스 피싱의 수단을 보면 실로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나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왜 그렇게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러한 범죄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은을 섞어 왕관을 만든 사람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 사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어느 시대나 아르키메데스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완전히 무언가를 속일 수는 없다. 언젠간 속인 그 사실이 드러날 날이 분명히 다가온다. 과학은 속인다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오로지 진실만을 추구할 뿐이다. 과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속이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은 멀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