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쉬리의 꿈

by 지나온 시간들

https://youtu.be/mrR6tqKVoIM



쉬리는 잉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쉬리 속 쉬리 종이다. 학명으로는 Coreoleuciscus splendidus 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학명 맨 앞의 단어이다. 즉 Coreo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흔히 Corea는 Korea와 같은 의미다. 철자만 나라에 따라 다를 뿐이다. 즉 쉬리는 우리나라인 한국이라는 단어가 학명 맨 앞에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쉬리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토종 물고기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서식지이다. 그러기에 학명 맨 앞에 Corea를 아예 붙여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쉬리는 성체가 되었을 때 길이가 10~15cm 정도 되며 등 쪽은 검은 빛깔을 나타내고 아래쪽 배는 투명한 느낌의 흰색이다. 몸이 가늘면서 상대적으로 조금 길다. 그런데 정말 특이한 것은 잉어과의 쉬리 속에 속하기는 하지만 종은 오직 하나인 쉬리 종밖에 없다. 즉 잉어과 쉬리 속 쉬리 종인데 하나의 속에 오직 종이 하나인 것은 생물의 분류에서 극히 예외에 속한다. 하나의 속에는 적어도 수십 종 많게는 수백 종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하나의 속에 하나의 종만 있는 것은 진짜 보기 드문 경우이다.


왜 그럴까? 전 세계에서 우리의 나라에만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서식 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종의 변이가 없었던 것이다. 즉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의 종만이 계속해서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한때 새로운 쉬리 종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 학계에서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하나의 속, 하나의 종, 이것은 하나의 혈통이 계속해서 변이 없이 그 오랜 세월을 유지한 것으로 지구 상에서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 진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정말 찾기 힘든 경우다. 진화란 섞이고 바뀌고 환경이 복잡해지고 살아가기 힘들고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쉬리는 사실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너무 평범하게 생겨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 물고기는 굉장히 조용하게 지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외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무조건 자신을 돌멩이나 다른 은폐시킬 수 있는 장소로 숨어 버린다. 또한 쉬리는 물이 아주 깨끗한 곳에서만 서식한다. 주로 가장 깨끗한 1 급수에서 살아간다. 어떤 자료에 보면 2 급수에도 산다고 하지만, 그것은 쉬리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물론 쉬리가 2 급수 정도에서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쉬리는 그 정도의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서식하는 곳이 2 급수 정도가 되면 당분간 그것에 머물기는 하지만 그곳을 좋아하지 않아 임시로만 있다가 1 급수를 찾아 떠나간다. 물이 1 급수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고여 있는 것으로는 불가능하고 계속 물이 흘러가는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쉬리는 물의 흐름이 빠른 곳에 서식할 뿐이다. 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나 웅덩이에서는 절대로 서식하지 않는다. 물이 흐르지 않는 경우에는 절대 깨끗한 물로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수지 같이 물이 고여 있는 곳이라면 물의 자체적 화학작용에 의해 수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쉬리는 수온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자신이 서식하는 곳의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그곳을 바로 떠나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금방 죽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쉬리를 어항에 넣어 집에서 관상용으로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렵다. 어항 속의 물을 계속해서 순환시켜 물의 흐름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보통 정성이 아니고는 이런 상태가 오래도록 유지되는 것은 진짜 쉽지가 않다. 물론 전문적으로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의 경우 냉각기를 포함한 모든 기구를 어항에 넣어 관리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1999년에 개봉되어 엄청난 흥행을 했던 영화 “쉬리”에 보면 주인공이 수족관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제목이 쉬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수족관 안에 쉬리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곳엔 쉬리가 없었다. 영화에 나오는 수족관에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 쉬리가 아닌 외국에서 들여온 열대어 종의 하나인 키싱구라미가 있었을 뿐이다. 영화를 찍는 동안 쉬리를 구해 오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쉬리를 구해 왔어도 영화의 조명이 너무 밝아 그로 인해 주위 온도가 너무 높아 아마도 쉬리가 계속해서 죽기 때문에 키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쉬리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이기 때문에 전국에 걸쳐 분포하여 서식하고 있기는 하나, 많은 곳에서 발견되지는 않는다. 특정한 곳에 조그만 무리를 지어 살아갈 뿐이다. 물의 흐름이 빠르고 정말 깨끗한 그런 곳에 가야 쉬리를 볼 수 있다.


쉬리는 성격이 굉장히 온순한 물고기이다. 성격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다른 물고기들과 절대 다투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다른 물고기를 만나면 피해서 도망가고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을 쓰지 않으니 온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생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쉬리는 그저 자신의 삶을 깨끗한 환경에서 다른 외부의 영향 없이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것이 바로 평범한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인 쉬리의 꿈일지 모른다. 위에서 이야기한 영화의 제목은 왜 “쉬리”였을까? 나로서야 작가나 감독의 의도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이러한 쉬리의 특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쉬리”에는 물고기만 쉬리가 아니다. 다른 쉬리가 여럿 있다. 북한 특수부대원의 작전 명령이 “쉬리”였다.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책임 장교가 바로 박무영(배우 최민식)이었는데 그의 꿈은 남북통일이었다. 하지만 평화적인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무력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 북한 특수부대원들을 데리고 남한으로 온다. 최종 목표는 남한의 대통령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 영화에는 또 다른 쉬리가 존재한다. 작전명만 쉬리가 아니라 북한 특수대원끼리 명령을 주고받을 때 쓰던 아이디가 쉬리 0과 쉬리 1이었다. 이 대원은 바로 박무영(최민식)과 이명현(김윤진)이었다. 이명현은 남한에 미리 침투해 있었던 북한군 최고 여성 특수대원이자 최고의 명사수인 스나이퍼였다. 박무영은 이명현에게 남한의 대통령을 저격하라는 명령을 하달한다.


아이디가 쉬리 0이었던 박무영의 꿈은 통일을 이루어내는 것이었다. 그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마찬가지로 쉬리 1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던 이명현(김윤진)은 영화 마지막에 서로 사랑했던 유중원(한석규)과 총구를 서로에게 겨눈다. 이명현은 남한 대통령을 저격해야 하는 임무였고, 유중원은 남한 대통령을 지켜야 했다. 이명현은 유중원을 향했던 총구를 스스로 돌려 남한 대통령 쪽을 향한다. 그녀가 총구를 스스로 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누구보다 사격에 있어서는 천재였던 그녀였는데 말이다. 아이디 쉬리 1을 사용했던 그녀의 진정한 꿈은 무엇이었을까?


영화가 마무리되고, 맨 마지막 장면에 유중원(한석규)은 이명현(김윤진)이 살았던 제주도로 혼자 내려온다. 그리고 이명현과 같이 지냈던 친구를 만나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때 음악이 나오는 데 바로 Carol Kidd의 “When I dream”이다.



< When I dream >

I could build the mansion

that is higher than the trees


I could have all the gifts I want

and never ask please

I could fly to Paris

It's at my beck and call


Why do I live my life alone

with nothing at all


But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I can be the singer

or the clown in any role


I can call up someone

to take me to the moon

I can put my makeup on

and drive the man insane


I can go to bed alone

and never know his name


But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나무보다 높은 저택을 지을 수 있어요

원하는 선물은 다 가질 수 있고 부탁도 안 할 수 있어요

파리로 날아가서 전화할 수 있어요

왜 난 아무것도 없이 혼자 살지요?

하지만 꿈을 꿀 때, 난 당신을 꿈꿔요

언젠가는 네가 현실이 될지도 몰라요

내가 꿈을 꿀 때, 난 당신을 꿈꿔요

언젠가는 네가 현실이 될지도 몰라요

난 어떤 방에서든 가수나 광대가 될 수 있어요

달에 데려다 줄 사람을 불러올 수 있어요

화장을 하고 남자들을 미치게 할 수 있어요

혼자 자도 그 사람 이름은 몰라요

하지만 꿈을 꿀 때, 난 당신을 꿈꿔요

언젠가는 네가 현실이 될지도 몰라요

내가 꿈을 꿀 때, 난 당신을 꿈꿔요

언젠가는 네가 현실이 될지도 몰라요

이명현은 이 노래를 좋아했다. 그녀는 자기의 꿈이 현실이 되기를 바랬다. 자면서도 그 사람을 꿈꾸며 그 꿈이 현실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랬다. 쉬리라는 아이디를 쓴 그녀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유중원(한석규)에 의해 사망한 그녀는 유중원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10824_124613069.jpg


keyword
이전 19화속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