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견디기 힘든 시간이 다가왔다. 대장암 수술을 하시고 항암치료를 시작하신 거다. 연세가 많으셔서 방사선은 힘들 것 같다고 해서 항암제 약을 써서 치료하기로 했다. 약 6개월에 걸쳐 여덟 번 과정의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3주가 지나고 혈액검사를 했더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해서 다시 같은 약과 용량으로 3주 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항암제의 부작용이 급격히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발톱이 무려 6개가 빠져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손톱도 빠질 것 같았다. 게다가 문제는 매일 10번 이상의 설사를 하고, 입 안이 다 헐어서 아무것도 드시지를 못하셨다.
간신히 항암제를 다 드시긴 했는데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하고 담당 선생님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너무 부작용이 커서 일단 항암제를 중단시켜야겠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생각보다 체력이 되시지 않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동안 열흘 가까이 거의 드시지를 못하셔서 거의 탈진 상태였기 때문에 일단 이 고비를 넘겨야 할 것 같아 집 앞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속 링거와 영양제를 받게 해 드렸다. 내가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서 열흘 동안 같이 지냈다. 아버지께서 걱정된다고 나하고 가끔 교대도 해주셨다. 하지만 아버지도 건강이 좋지 못하시기 때문에 너무 병원에 오래 계시면 힘드셔서 내가 집에서 조금 쉬고 나서 다시 집으로 보내드렸다.
그렇게 열흘을 어머니께서 입원하시고 나니 일단 고비는 넘긴 것 같아 집으로 모시고 왔다. 아버지만 계속 혼자 계시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결정을 해야 했다. 어머니 연세에 항암치료를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중단해야 할지 어쨌든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하고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그냥 내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하셨다.
선택이 다 좋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선택은 모든 것을 얻을 수 없음을 암시한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최선의 선택이란 결과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다. 미래를 어떻게 알고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말인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은 내 책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하늘에 맡겼다. 나의 부모님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 하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냥 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머니 항암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일단 어머니 체력 회복이 관건이기 때문에 거기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체중이 감소했기에 일단 체중을 늘려야 했다. 무조건 많이 드시라고 뭐든지 사다 드렸다. 일단 입맛에 맞는 것 아무 거라도 많이 드시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어머니께서 그동안 다니시던 병원에 가서 3시간 동안 영양제와 암환자를 위한 주사를 맞게 해 드렸다.
빠진 어머니의 발톱은 언제 다시 나올까? 어머니의 발톱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렸다. 손톱도 빠지기 시작했다. 손톱마저 빠지면 그것은 또 언제나 나올 수 있을까? 어머니의 그 손과 발로 나를 키워주셨건만 이제 병으로 손톱과 발톱이 빠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찢어졌다. 이제 내가 어머니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차례다.
어머니가 나를 위해 기도했던 것처럼 이제 내가 어머니를 위해 기도할 차례이다. 당장 아침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처음엔 한 달만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아직 어머니께서 체력이 잘 회복되는 것 같지 않아 100일 동안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다시 먹었다. 학교에 출근을 해야 하니 아예 다 굶을 수는 없었다.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하늘이라도 알아주길 바랐다. 오늘까지 약 40일 정도가 지났다. 어머니께서 내가 매일 12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을 아시고 정신 차려서 얼른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았다. 나보고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100일을 채우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계속 만류하셨지만 꺽지 않는 내 고집에 어머니가 놀라셨는지 어머니 먹는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체중이 4kg이 증가했다. 암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 증가였기에 나는 어머니 체중 조절에 엄청 신경을 썼다. 집 거실에 체중계를 사다 놓고 매일 체중을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체중이 느시면서 이제 어머니는 한 달 전 모습보다 훨씬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수술 전의 모습으로 얼른 돌아오시기를 바랄 뿐이다. 어제 수술 후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운보의 집으로 나들이를 갔다. 함께 다닐 수 있는 것만도 행복하다는 것을 너무나 느꼈다. 얼른 더 빨리 회복하셔서 조금 더 먼 곳도 구경을 시켜드렸으면 한다.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도 한번 같이 다녀왔으면 더 이상 소원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