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일까

by 지나온 시간들

땅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나무는 그 자리에서 성장하여 있던 자리에서 생을 마감한다. 평생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은 채 한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간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바람이 불건 외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나무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킨다.


나무는 왜 그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을 그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외부의 환경이 사시사철 수시로 변하는데 어떻게 그러한 변화에도 상관없이 한 자리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나무는 생존능력이 강하기에 그렇다. 이 지구 상의 어떠한 생명체보다도 나무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나무는 땅속으로 하늘로 자신의 생명을 위해 쭉쭉 뻗을 수 있다. 땅 깊은 곳까지 자신의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고, 커다란 바위가 땅속에 있으면 그 바위를 피해 더 깊이 자신의 생명을 위해 뻗어나갈 수가 있다. 땅 위로는 있는 힘껏 가지를 뻗어 내어 수많은 나뭇잎으로 무한의 에너지가 있는 태양을 원천 삼아 자신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이나 동물은 그만한 생존능력이 되지 않기에 평생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간신히 생존해 나갈 것을 확보할 수 있기에 우리는 나무의 생존능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나무의 이웃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어제 옆에 있었던 나무는 오늘도 내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무의 이웃이 바뀌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 위치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매일 얼굴을 마주 보며 살아가고 있다. 이웃이 마음에 들건 마음에 들지 않건 바꾸지도 못한 채 그렇게 평생을 함께 지내야 한다. 변하지 않는 이웃이 보기 싫을 때도 있을 텐데 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나무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옆에 어떤 나무가 오건 그것이 자기 삶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이웃이 누가 되건 다 포용할 정도로 마음이 넓기에 가능하다. 설령 이웃 나무의 가지가 자기 가지로 다가와 방해를 하더라고 그냥 피해 갈 뿐이다. 이웃 나무가 햇빛을 가리면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햇볕을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친하다고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고 친하지 않다고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는다. 친하고 싶어 가까이했다가 싸우고 헤어지면 상처만 남는다는 것을 잘 안다. 싫다고 멀리해서 원수를 지면 평생 마음의 응어리로 남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무는 서로 적당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그 오랜 세월 아무런 문제 없이 그렇게 서로 잘 지낼 수가 있다.


나무는 매일 있는 그 자리가 지겹기도 할 테고 다른 곳에 가서 많은 것을 구경하고 싶기도 할 만한데 왜 평생을 그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새로운 곳에 가서 신기한 것도 보고, 경험하지 못한 것도 겪어 본다면 좋을 텐데 왜 그러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나무는 진정한 자유를 알기 때문이다. 홀로서도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삶의 자유를 아무런 조건 없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또한, 나무는 어디를 가더라도 모든 것에 별 차이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나 거기나 다 똑같고 이것이나 저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나무는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어디로 가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 자리에만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항상 변하지 않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른 생명을 위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자신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다른 생명을 끔찍이 생각하고 있다. 지구 위 모든 생명이 살아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 내야 함을 나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이를 위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무는 자신의 그러한 사명을 위해 그 자리에서 평생 동안 그렇게 서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나는 오늘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묵묵히 나의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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