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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Oct 17. 2021

땅만 보는 사람들

어떤 아이가 친구들과 놀러 길을 가던 중 우연히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얼른 그것을 주웠다. 500원짜리 동전이었다. 그 동전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파출소에 가져다주었더니 경찰관 아저씨가 주인을 찾을 수도 없으니 네 마음대로 쓰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후로 그 아이는 학교를 갈 때나 집에 가거나 놀이터에서 놀 때건 항상 땅바닥만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며칠에 한 번씩은 동전을 주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달도 안 되어 동전 수십 개를 줍게 되었다. 그 동전을 마음대로 쓸 수가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아이가 땅바닥을 바라보는 습관은 시간이 갈수록 고쳐지지 않았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평생을 땅바닥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렇게 주운 동전만 수천 개가 넘었다.


  그렇게 그 아이는 평생을 땅바닥만 바라보고 살았을 뿐이었다. 길을 걸어가며 땅만 쳐다보다가 푸르른 하늘을 올려볼 기회를 잃었고, 가을날 멋진 단풍을 볼 수도 없었고, 따스한 봄날 피어나는 예쁜 꽃도 볼 수 없었다. 그 아이는 그렇게 일생을 땅바닥만 쳐다보다 세상을 떠났다.


  우리도 어쩌면 이 아이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은 푸른 하늘과 형형색색의 단풍과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의 존재도 모른 채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세계가 전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삶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좌우에 무수히 널려 있는 예쁜 꽃들과 단풍과 신선한 바람과 한겨울의 선물 같은 눈송이도 볼 기회가 충분히 많은 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러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고개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그리 힘든 것은 아닐진대, 나의 마음만 열려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가을도 이제 다 끝나가고 있는데 올해의 아름다운 단풍도 마음껏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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