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by 지나온 시간들

1865년에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난 윌리엄 예이츠는 처음엔 화가가 되려고 하였으나 10대 후반 자신이 쓴 시에 대한 평판이 좋아 시인의 길로 들어선다. 1923년 아일랜드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자신의 조국인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서는 아일랜드인들의 결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고대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영웅을 소재로 한 극작품을 써서 더블린의 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는 초자연적인 신비 세계를 추구하여 무녀와 결혼하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 그의 서정시가 최고가 아닐까 싶다.

청년 시절 그는 사랑했던 모드 곤에게 청혼을 했으나 거절당한다. 곤은 급진적인 사회운동가 여성이었다. 그녀는 예이츠의 시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온건한 사회참여를 하려는 예이츠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예이츠의 마음에는 항상 곤이 있었고, 그는 50살이 될 때까지 무려 30년 동안 곤에게 계속 청혼을 하나 결혼엔 실패한다. 예이츠는 나중에 만약 곤이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자신은 그저 평범한 시인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서정시는 바로 이런 사랑의 아픔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윌리엄 예이츠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내 사랑과 나는 만났습니다

그녀는 눈처럼 흰 귀여운 발로

버들 공원을 지나갔습니다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고

그녀는 내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어서

곧이듣지 않았습니다

들녘 강가에서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고

내 기운 어깨 위에

그녀는 눈처럼 흰 손을 얹었습니다

둑 위에 풀 자라듯 쉽게 살라고

그녀는 내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던 탓

지금은 눈물이 넘칩니다

이 시의 대상은 분명 모드 곤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예이츠에게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예이츠는 그러지 못했다. 더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해야 한다. 사랑에도 욕심이 생기는 순간 자연스러워지기는 힘이 든다. 내가 욕심내는 것만큼 기대를 하게 되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것이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 상처가 치유받지 못하게 되면 고통이 된다. 사랑은 고통이 아니기에 실패한다.

사랑은 상호작용이다. 방향은 반대일지 모르나 정도는 비슷해야 한다. 방향이 다르다면 어긋난 사랑이며 정도가 다르다면 힘든 사랑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좋아해야 균형이 잡힌다.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기울기 마련이다. 그 기울음은 점점 더 심해져 다시 평형을 찾기 어려워진다. 커다란 배가 평형수를 배 안에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배의 기울기를 잡기 위함이다. 가지고 있는 평형수로도 배의 기울기를 잡지 못하면 배는 침몰한다.

예이츠의 기운 어깨 위에 눈처럼 흰 손을 올려놓은 그녀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이츠는 그걸 몰랐다. 사랑은 했지만, 눈이 감겨 있었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사랑은 그래서 힘들다. 그의 아픔은 아름다운 시로 형상화되었지만, 인생은 돌이킬 수 없었다.

그녀는 예이츠에게 둑 위에 풀 자라듯 쉽게 살라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해 슬퍼하지 말고 아무 일 없었다 생각하며 자신을 잊고 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예이츠에게는 불가능했다. 예이츠는 곤을 진정으로 사랑했다. 30년의 사랑에 실패하고도 그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루지 못한 사랑만 생각이 나 눈물이 났던 것이다. 떠나간 여인이 평생 자신의 마음에 남아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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