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by 지나온 시간들

알렉산드르 푸쉬킨은 러시아 시인이지만 머리는 곱슬이었고 피부는 검은색이었다. 그의 외증조부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출신의 노예였다. 군인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아 속량 되어 러시아에 정착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푸쉬킨은 자신의 몸에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유모를 통해 러시아 민중의 삶을 배울 수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러시아 농노 제도와 전제정치를 비판하는 바람에 1820년 남러시아로 추방된다. 추방 생활 중에서도 그 지역의 정치 세력과 충돌하며 미하일로프스코라는 시골에서 칩거 생활을 한다. 많은 아픔과 여러 가지 경험 속에서 그는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을 얻으며 그의 시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게 된다.


푸쉬킨은 그보다 13살 어린 나탈리야 곤차로바와 결혼하는데 그의 반역 정신을 시기하는 귀족들이 나탈리야가 불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림으로써 그 상대로 지목된 조르주 단테스와 결투를 벌이다가 총에 맞아 비운의 죽임을 당한다. 그때 그의 나이 35살이었다.


비록 너무 젊은 나이에 죽었지만, 그는 “러시아의 위대한 국민 시인”으로 불린다. 그의 시는 삶의 깊이가 담겨 있어 읽는 모든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칩거 생활을 하던 중 쓴 시중의 하나가 바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픈 날에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또다시 그리움이 되리라


어쩌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힘든 것이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 준비하지 못했던 일, 원하지 않았던 일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뒤흔든다.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알고서 선택하지는 못한다. 최선이라 생각하고 선택을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길이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삶을 원망하며, 다른 사람을 싫어하고, 인생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것에 속상해하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대가는 너무 미미하니, 삶이 우리를 속인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드는 것이다. 지나온 세월을 슬퍼하고 후회한다 해도 다시 돌이킬 수는 없다. 삶에는 연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을 이유를 시인은 확실히 이야기해주고 있다. 삶은 일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일로만 가득 찬 인생도 없고, 어려움만 존재하는 인생도 없다. 어려움이 없었다면 기쁨을 모르고 인생을 끝낼 수도 있다. 어려움이 반갑지는 않지만 어려움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할진대, 그것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누구나 겪는 어려움을 이겨 내다보면 거기에 비례하는 기쁨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나도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은 내가 가장 힘든 일이 다 끝났을 때였다. 그 힘든 과정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았고,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지만, 능력도 없는 주제에 그냥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하루하루 버티었던 기억이 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 길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끝나고 나니 실제로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쁜 순간이 찾아왔다. 기쁨의 눈물은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나의 가슴을 적시는 것 같았다.


삶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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