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적으로 붕괴된 별인 블랙홀은 그 중력이 너무 커서 빛조차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1974년 혜성같이 등장한 영국의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에서도 무언가가 빠져나올 수 있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논문을 발표한다. 당시 그의 나이 32세였다.
호킹은 양자 이론을 적용하여 블랙홀을 연구하였는데 그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블랙홀은 모든 질량을 복사로 방출하면서 서서히 증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 주장하였다. 우리가 물을 끓이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물이 수증기로 증발해 버리는 것과 비슷하게 블랙홀은 그 상태에 따라 질량을 증발해 버린다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존 휠러 교수는 자신의 대학원생이었던 베켄슈타인에게 방안의 커피잔을 책상 위에 두면 뜨거운 커피의 열이 방으로 전달되면서 무질서도를 증가시키지만 이것을 블랙홀에 떨어뜨리면 무질서도가 어떻게 될지 연구해보라고 하였다. 이에 베켄슈타인은 블랙홀 자체도 무질서도를 가지고 있기에 뜨거운 커피잔을 블랙홀에 놓아도 우주의 무질서도는 증가할 것이라고 계산하였다.
호킹은 이러한 베켄슈타인의 계산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연구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블랙홀 내에서도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면 어떠한 다른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만약 블랙홀에 무질서도가 존재한다면, 온도가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복사의 형태로 방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블랙홀에서 아무것도 탈출할 수가 없다면 그 복사는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궁금했다.
이에 호킹은 진공에서 끊임없이 가상 입자들이 생성되었다가 소멸되는 현상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예를 들어 전자와 양전자가 진공에서 탄생하면 그들은 재빨리 소멸된다. 하지만 그러한 입자 쌍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에서 탄생하면 어떻게 될까? 어떤 것도 벗어날 수 없는 블랙홀 안쪽 영역과 탈출이 가능한 바깥쪽 영역의 경계 바로 위에서 탄생하게 된다면 두 입자 중 하나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밖으로 날아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블랙홀 에너지 중 아주 작은 양이 탈출하는 입자에게 주어질 것이고, 입자는 질량을 가질 수 있기에 블랙홀의 질량은 약간 줄어들 수 있게 된다.
호킹의 계산에 의하면 무거운 블랙홀의 이러한 증발 속도는 아주 낮지만, 만약 수명이 끝나가는 블랙홀이라면 증발 속도가 굉장히 빠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호킹은 이러한 방식으로 블랙홀에서 질량이 복사의 형태로 증발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이다. 이로 인해 호킹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후 블랙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것은 이론적 예측에 머물러 있고 실험적 관측은 발견되고 있지 않다. 많은 물리학자들은 호킹 복사가 언젠가는 관측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