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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Dec 11. 2021

아기 같은 부모님

요즘 나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기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 아버지의 경우 지난겨울 뇌경색을 겪으시고 나서 혼자 집 밖에 나가시겠다고 하면 덜컥 겁이 난다. 얼마 전 발바닥이 불편하셔서 침을 맞으시러 다녀오겠다고 하시면서 나가셨는데 3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시지 않는 것이었다. 한 시간 정도면 돌아오시는데 9시쯤 나가셔서 점심시간이 다 되어도 돌아오시지를 않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혹시나 길을 잃으신 것은 아닌지 겁이 나서 얼른 옷을 주워 입고 밖으로 나가 아파트 정문을 나서려는데 그때야 아버지께서 천천히 절룩거리시면서 돌아오시는 것이었다. 근처에 있는 한의원이 아닌 예전에 살던 곳에 있는 병원에 다녀오느라 늦으셨다고 하셨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집으로 모시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요즘 모든 걸 나한테 물어보고 그러신다. 예전에 그러지 않으셨는데 정말 사소한 것까지 나한테 의지를 하신다. 내가 어렸을 때 뭐든지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엔 완전히 반대가 되어 버렸다. 어머니 항암치료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더 심해진 것 같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하얗던 어머니의 피부는 거무스름해졌다. 이제 항암치료가 끝나고 어느 정도 지나서 다시 피부가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번 어머니의 얼굴색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기뻐서 어머니 두 뺨을 내 두 손으로 감싸면서 “우리 아기 너무 이뻐지네”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렸다. 어머니가 애기처럼 생각되는 나의 내면에 있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와 버린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제 부모님은 점점 애기처럼 되어 갈지 모른다. 식사를 하시다가 아버지는 가끔 엉뚱한 말씀을 하시고 어머니는 기억력도 많이 떨어지셨다.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시간은 돌이킬 수가 없는 것 같다.

  어릴 땐 어머니 아버지 뒤만 졸졸 따라다녔는데 이제는 부모님과 함께 걸어가다 보면 천천히 정말 천천히 보조를 맞추어 가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엔 무거운 것을 나 대신 들어주셨지만, 이제는 모든 짐을 내가 들고 간다. 어릴 적 무슨 일이 생기면 나 대신 다 해결해 주셨지만, 이제는 부모님에게 생기는 모든 문제는 내가 다 해결한다.


  아기 같아지는 부모님을 보면서 나의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시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냥 가슴이 뻥 뚫린 것 같고 마음이 휑한 것이 허무하고 허탈하다.


 하지만 아기 같아도 아직은 내 곁에 계시는 것으로 나는 행복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내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나는 다행으로 생각된다. 친구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이라는 그 말이 수시로 뇌리를 스치고는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부모님은 점점 더 아기 같아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힘이 닿는 그날까지 아기 같은 부모님을 고서라도 끝까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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