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오니

by 지나온 시간들

김영하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는 원수 같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중학교 1학년 막내딸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아빠와 엄마, 오빠, 그리고 막내딸 이렇게 네 명이 한 가족이었다.


“오빠가 돌아왔다. 옆에 못생긴 여자애 하나를 달고서였다. 화장을 했지만 어린 티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열일곱 아님 열여덟? 내 예상이 맞다면 나보다 고작 서너 살 위인 것이다. 당분간 같이 좀 지내야 되겠는데요. 오빠는 낡고 뾰족한 구두를 벗고 마루에 올라섰다. 아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둘을 바라보다가, 내 이 연놈들을 그냥, 하면서 방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뛰쳐나와 오빠에게 달려들었다.”


집을 나가서 4년 만에 들어온 20대 초반의 아들은 17살 여자애와 같이 동거를 하겠다고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자기 방에서 같이 산다. 아빠한테 아들이 원수가 되는 순간이다.


“오빠는 열여섯까지 아빠한테 죽도록 맞고 자랐다. 아빠가 오빠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함께 사는 것만도 다행이다. 아빠는 실컷 두들겨 패고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오빠를 홀딱 벗겨 집 밖으로 세워놓기를 좋아했다. 그러고는 깡소주에 취해 세워놓은 것도 잊어버리고 고꾸라져 잠들기가 일쑤였다.”


아빠는 아들한테 어릴 때부터 원수였다. 그리고 아들이 열여섯이 되면서 전세는 역전된다. 아빠는 아들을 감당하기엔 이제 너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아빠는 왜 오빠와 나를 낳았을까. 아니 이 질문은 엄마에게 던져야 되지 않을까? 아니 어쩌자고 나와 오빠를 낳아 이렇게 무책임하게 내팽개쳐두는 거예요? 며칠 전 나는 생각난 김에 엄마가 경영하는 함바집으로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아빠는 돈을 전혀 벌지 않았다. 매일 소주 2병 이상을 먹고 들어와 집안을 다 뒤집어 놓는다. 아빠는 엄마하고도 원수다. 아빠와 엄마는 매일 싸우다 결국 엄마는 가출을 하고 공사판 근처에서 함바집을 한다.

“오빠 살림 차렸어. 웬 기집애 손목 잡고 들어와서 눌러앉혔어. 입이 귀까지 찢어졌어.”

“니 아빠는 뭐 하고?”

“뭐라 그러다 오빠한테 두들겨 맞고는 끽소리도 못 해. 밥도 가끔 얻어먹어. 좀 있으면 아주 며느리 행세하겠더라.”

“이것들이 정말.”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큰아들을 독차지한 열일곱 여자애가 궁금해 결국 5년 만에 집에 돌아와 본다. 막내딸은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좋아 같이 살자고 한다.

“아빠 내쫓고 우리끼리 살자.”

“그럼 니 아빠는? 서울역에 보내고?”

“거기 가서도 철도청 비리 고발하면서 호의호식할 거야. 아니, 그럼 엄마는 지금껏 아빠 생각해서 함바집에서 먹고 자고 있는 거란 말이야? 엄마, 열녀야? 아님 바보야?”

“느 아빠, 인생이 불쌍하잖아.”


엄마는 원수 같은 아빠가 싫어 5년 전 스스로 집을 나갔다. 아빠더러 나가라 하지 않고 엄마가 나간 것은 그나마 엄마가 조금 착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빠더러 나가라고 하고 자신이 아이들과 집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엄마는 아빠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나쁜 여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인 것이다.


“어리둥절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애는 그새 입성이 달라져 있었다. 엄마한테 손목 붙들려 끌려 나갈 때의 후줄근한 카디건 대신 꽤 그럴듯한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털 상태로 봐서는 새것이 분명했다. 구질구질한 동대문제 청바지 대신에 꽤 괜찮아 뵈는 체크무늬 스커트도 받쳐입고 있었다.”


엄마는 17살짜리 여자애를 식구로 받아들인다. 5년 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한 채 혼자 지냈던 아픔은 털어버린다. 이를 계기로 아빠, 엄마, 오빠, 여자애, 그리고 막내딸은 김밥을 싸서 정말 오랜만에 남이섬으로 나들이를 간다. 원수 같은 가족끼리 그렇게 김밥을 같이 먹으며 매운탕도 먹는다.


가족은 생판 알지도 못하는 남남끼리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처음 본 사람끼리 좋아서 결혼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원수 같이 변한다. 연애할 때는 언제고 이제 더 이상 같이 있는 게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어떤 이는 가출하고 어떤 이는 참고 살고 어떤 이는 이혼을 한다. 각자의 선택이다.


물론 오래도록 좋은 감정만 가지고 사는 분들도 있다. 하늘의 축복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원수가 따로 없다. 성경에 보면 “네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이해가 되고 마음에 와닿는 분이라면 상당한 경지에 이른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그 경지는 아무나 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그러한 경지에 도달한 분이 분명히 계실 것 같다. 그동안 정말 많은 고생을 하신 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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