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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09. 2022

지옥의 묵시록


https://youtu.be/IZdh3NYgybU


지옥의 묵시록은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이라는 소설을 프란시스 코폴라가 각색 및 감독한 영화이다. 베트남 전을 다룬 가장 대표적인 영화라 평가된다. 197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소설 <어둠의 심연>의 배경은 아프리카 콩고이다. 야만의 심장부라는 이곳에서 커츠는 아프리카에 오기 전 몇 개 국어를 구사하며 예술에도 능한 유럽의 지식인이었다. 그가 콩고에서 하는 일은 내륙 교역소의 소장이었는데 그는 가장 많은 상아를 교역하여 그 지방에서 전설 같은 인물로 여겨졌으며 원주민은 그를 신처럼 섬겼다. 하지만 그것은 커츠가 콩고의 원주민을 무자비하게 수탈하여 얻은 대가였다. 그는 자신의 기분에 들지 않으면 원주민을 홧김에 죽여 버리는 등 폭압과 공포로 그들을 대했기에 원주민들은 그를 절대시 하였던 것이다. 그는 갈수록 백인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원주민들을 향한 잔학과 야만이 뒤섞여 가며 괴물로 변해간다. 선과 악이 없는 그가 세운 왕국에서 그는 더 이상 나올 수도 없게 된다.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미 육군 사령부에서는 공수부대 윌러드 대위에게 새로운 임무를 내린다. 그것은 자신의 부대를 탈영하여 캄보디아 접경에서 자신의 왕국을 세워 미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커츠 대령을 암살하라는 것이었다. 윌러드는 해군 경비정 한 대를 타고 넝강을 거슬러 캄보디아 국경까지 접근해 커츠 대령에게 잠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전쟁의 광기를 목격하게 된다. 


 월터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하버드 대학 출신의 육군 특전단 소속 대령이다. 베트남 전쟁에 오기 전 한국전쟁에 참전하였고 장래 미국의 합창의장이나 육군 참모총장으로 꼽히던 엘리트 군인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의 광기와 잔혹함에 점점 미쳐간다. 특수 부대 전출을 자청하여 그린베레로 전출되지만, 캄보디아 접경에서 탈영한다. 이후 원주민들을 모아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고 온갖 잔혹 행위를 하게 된다. 이것이 미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한 미군 사령부는 그를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벤자민 윌러드 대위(마틴 쉰)는 미 육군 제173공수여단 대위이다. 베트남으로 파병된 후 생사를 넘나드는 체험을 여러 번 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폐되어 있었다. 하지만 군 임무에 대한 책임감은 확실한 사람이었다. 주로 테러나 암살 같은 비밀 업무를 맡아 왔으며 홀로 행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빌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은 제9 항공 기병 연대 대대장으로 전형적인 전쟁광이다. 부하들에게 신뢰도 있고, 지휘 능력도 있지만, 전쟁을 게임 정도로 즐기는 그런 인물이다.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서핑을 하는 사람이다. 


  “이 전쟁에선 모든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권력, 이상, 도덕적 가치, 군대의 필요성조차도. 그러다 원주민들과 있으면 유혹을 받게 되지. 신이 되려고. 그러면서 갈등을 겪네. 합리와 불합리 사이에서. 선과 악 사이에서. 항상 선이 이기는 건 아냐. 때로는 링컨이 말한 인간 본성의 천사를 악이 이기지. 모든 인간에겐 한계가 있어.”


  이 영화에서 사용된 음악에는 킬고어 중령이 이끄는 헬리콥터 부대가 베트남 시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민간인까지 학살하는 장면에 나오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발키리의 기행>가 있다. 사실 히틀러는 바그너의 음악을 굉장히 찬양하였는데, 평화로운 조그만 마을을 폭격하는 미군은 나치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실 이 마을을 공격한 이유는 서핑을 좋아하던 킬고어 중령이 이 마을의 앞바다가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있어 자신의 손안에 이 마을을 넣고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킬고어 중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난 아침의 네이팜 냄새가 좋아. 한 번은 우리가 12시간 동안 계속 어떤 능선을 폭격했거든. 폭격이 끝나고 나서 거기 올라가 봤지. 가보니 아무것도, 썩는 시체 하나조차 없더군. 온 능선에서의 그 냄새, 휘발유 냄새 말이야, 그 냄새는 승리의 냄새지. 이 전쟁도 곧 끝날 거야.”


  그는 이미 인간의 생명 따위에는 안중에 없었다. 그냥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네이팜 탄으로 숲 속에 몇 명의 사람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전혀 거리낌 없이 그냥 모두 지옥 불 속으로 보낼 뿐이었다. 


  윌러드 대위는 넝강을 거슬러 올라가 커츠 대령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는 부하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원주민들까지 커츠를 신으로 숭배하고 있었다. 그의 왕국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어도 치우지조차 않았다. 삶과 죽음, 지옥과 현실이 그냥 뒤섞여 있을 뿐이었다. 그는 왜 이런 왕국을 건설했던 것일까? 무엇을 위해 그는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가장 강대한 국가의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미래가 보장된 상태에서 왜 그는 이러한 길을 걸어간 것일까?


  “커츠 : 언젠간 자네 같은 사람이 올 거라 예상했네. 자네는 뭘 예상했나? 자네는 암살자인가?

윌러드 : 전 군인입니다.

커츠 : 자넨 둘 다 아니야. 자네는 청과점에서 외상 받으러 보낸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아.”


  커츠 대령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는 아마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던 처음부터 언젠가 자신의 삶도 그리 머지않은 시간에 다가올 것이라 짐작했을 것이다. 


  윌러드는 커츠 대령을 만나 “그는 세상을 버렸고 결국 자기 자신까지도 버렸다. 그토록 갈가리 찢어진 영혼을 본 적이 없었다.”라고 독백을 한다. 


  윌러드는 커츠 대령이 삶의 끝까지 가본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커츠 대령에게는 삶과 죽음이 그리 의미가 없었다. 그에게는 선도 악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커츠 대령은 윌러드 대위에게 “공포는 얼굴이 있어. 친구가 되지 않으면 무서운 적이 돼. 아주 까마득한 옛날 같아. 우린 예방 접종을 하러 갔지. 아이들에게 말이야. 소아마비 접종을 끝내고, 그 수용소를 나오려는데 한 노인이 달려왔어. 울면서 말은 못 하고. 다시 가 봤더니, 아이들이 접종해준 팔을 잘라냈더군. 통속에 팔들이 수북했어. 그것도 아주 작은 팔들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은 어떤 존재들에게는 오히려 죽음의 길이 낫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는 것을 커츠 대령은 경험으로 알게 된다. 전쟁을 하는 이유가 그에게는 이미 사라져 버렸고, 선과 악의 기준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야 하는지 현존의 의미도 그에게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오직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생과 사뿐만 아니라 선과 악도 분별이 되지 않는 그러한 세계에서 그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실이라는 지옥에서 중얼거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자신이 만든 지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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