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May 27. 2022

운명은 제인 에어에게 왜 그리 가혹했을까?

  친구야,

  지난 주말엔 영화 <제인 에어>를 보았어. 제인은 태어나면서부터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몰라. 운명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 우연과 필연의 만남, 사람의 힘으로 타개해 나가는 것, 인간을 지배하는 어떤 초인간적인 것, 정의를 어떻게 하건 우리는 운명이라는 단어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만은 확실할 거야. 단지 그 운명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를 뿐이겠지.


  누구는 그래도 순탄한 운명이 주어지는 반면, 어떤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운명이 주어지기도 할 거야.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운명이라면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과정은 어쩔 수 없이 힘들고 고될 수밖에 없겠지.


  제인 에어의 경우가 태어나면서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 힘든 운명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어. 고아였기에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도 못했고,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키워지면서 멸시와 학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어. 제인 에어를 맡았던 이모는 그녀를 더 이상 양육하기 싫어 가난한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고아원 비슷한 양육 학교로 보내고 거기에서도 제인은 선생들의 학대를 피할 수 없었어.


  그래도 자신의 운명을 조금이라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가정교사가 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만난 로체스터를 사랑하게 되기도 하지.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운명이라는 것은 잔혹해서 마음과 영혼의 순수했던 그녀의 사랑마저 이루어질 수 없게 되고 결국 모든 것을 잃은 듯한 텅 빈 영혼의 상태로 로체스터를 떠날 수밖에 없었어. 로체스터 역시 제인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비밀리에 결혼한 아내가 있었고 그 사실을 제인에게 말하지도 못했어. 왜냐하면 로체스터의 아내는 15년간 발작을 일으키는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사랑을 잃고 헤매던 제인은 죽을 고비에 이르기도 했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기는 해. 그녀의 목숨을 구해 준 리버스 씨 집에서 머무는 동안 존이라는 선교사는 제인을 좋아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을 하기 원하지만, 제인의 마음은 로체스터에게 있기에 결혼을 할 수가 없었어.


  사랑의 힘이 크기에 제인은 세월이 지나 다시 로체스터를 방문하지만, 로제스터의 집은 정신병을 앓던 아내의 방화로 집안이 몰락하고 로체스터 역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 되어 있었어. 


  그녀에게 있어 운명은 왜 그리 가혹했던 것일까? 평생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 기회도, 마음껏 사랑할 기회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그녀는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 운명은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말은 진정 아픈 운명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가 아닐까 싶어. 


  우리가 아무리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도 있으며, 아무리 소원하고 바란다고 해도 주어지지 않는 것들은 많은 것 같아.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들 인생이기에 피할 수조차 없으니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물론 제인 에어보다 더 가혹한 운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녀가 그러한 사람들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살아갈 이유는 없는 것 같아. 그것은 위로가 되기는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운명은 바뀌지 않으니까.


  그동안 우리도 적지 않은 운명을 경험했던 것 같아. 때로는 그러한 것에 좌절하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지 않았나 싶어. 앞으로 우리 앞에는 어떠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가 감당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운명이 내 앞에 놓여 있는 것일까? 아니면 커다란 구렁텅이에 빠질 그러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는 내 앞에 주어진 운명이 어떤 형태이건 그리 상관하지 않으려고 해. 내가 바라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도, 내가 원하지 않는 일들이 나에게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으려 해. 운명은 삶의 변수가 되기는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서 그저 상수라 생각하려고 해. 물론 그것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노력하다 보면 나의 마음속에서 운명이라는 것이 언젠가는 상수로 변화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야. 



작가의 이전글 타인이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지 않아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