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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30. 2022

나비가 애벌레였던 이유

 꽃 위에 살며시 앉았다가 다시 폴짝 뛰어올라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납니다. 예쁜 무늬와 색깔을 가진 저 나비도 한때는 보기 흉한 애벌레였던 시절이 있었겠지요.


  애벌레 시절의 나비는 당시의 모습에 불만이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왠지 모르게 흉측해 보이고, 날고 싶어도 날 수도 없고, 날기는커녕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자신의 느림에 속상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늘은 저렇게 높고 푸른데 자신의 세상은 그저 나뭇잎 위,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언제 새나 다른 곤충들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공포에 떨기도 했고, 비가 오면 그 빗물에 쓸려 떠내려갈지도 모르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매일 똑같은 맛도 없는 나뭇잎만 갉아먹어야 하는 것이 지겨웠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시작과 끝이 있는 법,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태어나는 존재는 없습니다. 저 우주공간의 찬란히 빛나는 별들도 시작은 아주 조그마한 티끌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 티끌 주위에 있는 것들이 모이고 모여 많은 시간이 지나고 별이 되기 위한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밤하늘의 빛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존재의 형태가 다르듯, 애벌레 또한 나비가 되기 위한 하나의 단계의 모습일 뿐이겠지요. 자신이 날아갈 하늘을 쳐다보며 나뭇잎을 꾸준히 갉아먹고, 비가 오면 재주껏 나무 이파리 사이로 비를 피해야 하고, 바람이 불면 혹시나 날아갈까 봐 나뭇잎을 꽉 붙잡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빛을 피하기 위해 애써 그늘을 찾아다녀야 하고, 천적들의 먹이가 되기 위해 온몸이 온통 연두색의 모습으로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다른 존재들이 자신을 볼 때 보기 흉하고 끔찍해야 손을 대거나 건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만약 애벌레가 너무 예쁘고, 만지기에도 좋은 촉감이라면 지나가는 모든 존재들이 그 애벌레를 가만히 두지 않겠지요.


  그렇게 애벌레는 겪어야 할 것을 다 경험해야만 할 것입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도 없고, 원하지 않는 일들도 부딪히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나름대로 통과해야 나비가 되기 위한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이 언젠가는 찾아올 것입니다. 멋진 날개를 펼치고 화려한 모습으로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순간이 애벌레에게도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의 순간은, 비록 어렵고, 힘들고, 만족스럽지도 못하고, 다른 세상만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추억으로 남겨진 채 훨훨 날아오를 순간이 올 것입니다.


  우주공간의 조그만 티끌이었기에 별이 될 수 있듯이, 보기 흉하고 기어 다니기만 하는 애벌레였기에 언젠가는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지금의 모습이 비록 애벌레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속상해하거나 아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가 오면 피하고, 바람이 불면 나뭇잎을 꽉 붙잡고, 햇빛이 따가우면 그늘을 찾고, 매일 똑같지만 나뭇잎을 부지런히 먹고, 나를 괴롭히는 존재들을 살살 피해 다니다 보면, 애벌레의 시절이 끝나고 예쁜 나비가 되는 때가 올 테니까요.


  오늘 아침 우리 아파트에도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세상이 좋아서 일찍 나왔나 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 나비도 애벌레였던 시절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애벌레였던 시절은 있는 법, 나비가 되는 순간이 언젠가는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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