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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05. 2022

고차원의 증거를 찾아서

고차원의 존재를 예측하는 이론만으로는 고차원 공간이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실험이나 관측으로 실제 공간이 몇 차원인지 확인하여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몇 차원 공간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력이 전해지는 방식을 살펴보면 된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에 작용하는 인력으로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커다란 중력이 작용한다. 이러한 만유인력은 어떻게 전달되는 것일까?



아이작 뉴턴은 달에 작용하는 지구 중력의 세기를 계산하고 난 후, “질량을 가지는 두 물체 사이에는 그 질량에 비례하고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이 작용한다.”라는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다.



여기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은 어느 물체로부터의 거리가 2배가 되면 중력은 4분의 1이 되고, 거리가 3배가 되면 중력은 9분의 1이 된다는 의미이다.



지구 주위에 생기는 중력을 모형적으로 가정해 지구의 중심에서 주위의 모든 방향을 향해 중력을 나타내는 선이 균등하게 뻗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선의 밀도가 높을수록 그 장소에서 중력이 센 것을 의미한다. 지구의 중심에서 거리가 2배가 되면 선의 밀도가 4분의 1이 된다.


만약 세계가 2차원이었다고 가정하면, 중력을 나타내는 선은 2차원의 평면에 균등하게 퍼진다. 그로 인해 중력의 세기는 거리의 1 제곱에 반비례하게 된다. 지구 중심에서 거리가 2배가 되면 선의 밀도는 2분의 1이 될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공간 차원의 수에 의해 중력이 전해지는 방식이 바뀐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중력의 세기가 거리의 2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은 이 세계가 3차원 공간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만유인력의 법칙에는 검증되지 않은 것이 남아있다. 극히 짧은 거리에서도 중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공간 차원의 수에 따라 중력이 전해지는 방식은 달라진다. 이론상 중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5차원 공간이면 거리의 4 제곱에 반비례한다. 거리가 2배가 되면 중력의 세기는 16분의 1이 되는 것이다.



이는 공간 차원이 높으면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중력이 급격하게 약해진다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거리가 가까우면 중력은 급격히 강해진다.


이 세계에는 3차원을 넘어서는 고차원이 존재하며, 작게 뭉쳐져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작게 숨겨진 고차원 공간의 중력 세기를 잴 수 있으면 3차원 공간보다 강한 중력이 측정될 것이다. 만약 근거리에서 중력이 급히 강해지는 현상을 관측할 수 있으면 여분 차원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여분 차원이 원자 등보다 훨씬 작은 것이라면 중력의 세기를 직접 측정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검증에는 입자가속기가 필요하다. 가속기는 양성자 등의 입자를 광속 정도의 속력으로 가속하여 충돌시켜 이때 일어나는 현상을 관측하는 장치이다. 가속기를 사용한 실험에는 가속된 입자끼리 정면충돌시켜 그때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분석한다. 입자끼리 충돌하면 충돌 전에는 없었던 입자가 새로 생성된다. 이는 충돌 에너지가 새로운 입자로 바뀌었음을 말한다. 여분 차원이 존재하면 입자의 충돌 때 3차원 공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가속기를 사용해 고차원 공간을 검증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고차원 방향으로 움직이는 입자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입자는 고차원 물리학을 처음으로 생각한 물리학자의 이름을 따서 ‘칼루자-클라인 입자’라 부른다.


칼루자-클라인 입자의 탐색은 유럽 입자가속기 연구소에 설치되어 있는 ‘LHC’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력을 전하는 소립자인 중력자가 고차원 방향으로 움직일 때 이를 ‘칼루자-클라인 중력자’라고 부른다.


중력자는 그 질량이 0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고차원 방향으로 움직이는 칼루자-클라인 중력자는 3차원의 우리에게는 질량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된다. 칼루자-클라인 중력자가 고차원 방향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3차원 공간의 관측 결과로부터 칼루자-클라인 중력자가 고차원을 어떻게 운동했는지를 추정하게 된다. 고차원 방향에서의 운동이 격렬할수록 무거운 입자로 나타난다.



가속기를 사용한 고차원 공간의 검증 방법 중 다른 하나는 작은 블랙홀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고차원 공간이 존재한다면 LHC에서 입자끼리 부딪치게 함으로써 작은 블랙홀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블랙홀이란 거대한 항성의 중심 부분이 중력을 통해 높은 밀도로 압축됨으로 인해 생기는 천체이다. 하지만 항성에 그치지 않고 어떤 물질이든지 매우 밀도 높게 압축이 되면 블랙홀이 된다고 한다.


만약 칼루자-클라인 중력자나 미니 블랙홀 등 고차원 공간의 증거가 실제로 발견이 된다면, 인류가 생각하는 3차원 공간이라는 아주 오래된 상식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러한 날이 올지 오지 않을지는 모르나, 진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겨져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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