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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06. 2022

체실 비치에서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영화화한 <체실 비치에서>는 어긋난 사랑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플로렌스(시얼샤 로넌)와 에드워드(빌리 하울)는 진심으로 사랑하여 결혼을 했으나 신혼여행에 가서 정말 사소한 것으로 모든 것이 한 번에 끝나게 되는 운명을 겪는다. 결과적으로 볼 때 그 사소함은 결코 사소함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플로렌스나 에드워드 모두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이 그들을 형성하였기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서로를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객관적으로 볼 때는 정말 사소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그것으로 끝이 나도록 내버려 둔다. 정말 사랑하던 사이가 맞는지, 사랑해서 결혼을 한 것이 사실인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에드워드나 플로렌스가 조그만 서로의 입장을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그들의 사랑이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직 자신의 처지에서만 생각했기에, 상대를 인내하고 포용하려는 마음이 없었기에, 진정한 사랑도 아무런 의미 없이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플로렌스는 다른 사람이 하나도 없는 체실 비치에서 에드워드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하지만 그 말에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진실이 없었다.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이 사소한 것으로 인해 에드워드는 플로렌스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없었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이 사소함이 그들의 사랑을 파탄 내 버렸고, 결혼한 지 6시간 만에 그들은 서로를 위해주던 그 아름다웠던 사랑을 모래밭에 묻어둔 채,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었다. 다시 회복할 기회도, 돌이킬 수 있는 시간도 만들지 않은 채, 그렇게 그 모든 것을 끝내 버린다. 


  결국 그러한 사소함으로 인한 파국은 평생 짊어지고 가는 짐이 되어버렸고, 남은 일생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의 굴레가 되고 만다. 차라리 그들은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지 모른다. 그 사소함으로 그렇게 끝낼 일이었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은 더 나았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성숙했더라면, 조금만 더 인내했더라면,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었지만, 그 조금이라는 벽을 넘지 못해 그들은 사랑 전체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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