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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27. 2022

주인이 되고자 하기에 아픈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만남의 연속에는 인연이 있지만 그러한 인연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경숙의 <그가 모르는 장소>는 뒤틀리고 얽히는 우리 삶에 있어서의 인연에 대한 소설이다.

 

  “처음에는 어린 너를 데리고 이 호수에 올 적에는 마음이 슬프고 서럽고 그런 때만였단다. 다 지난 얘기다만은 고만 죽고 자플 때면 너를 데리고 여기에 왔구나. 세상이 어디 만만한 게 한 대목이나 있더냐? 그냥 지나가는 일이 없는 게 인생사지마는 유독 나한테만 그래 보이더라. 한 가지도 그냥 지나가지 않았어야. 에누리가 없었어야. 그때마다 여기에 와서 마음을 달래보고 달래보고 그랬구나. 내 마음을 달래기에는 여기가 가장 알맞은 장소였어야. 너를 데리고 이 세상을 사는 일이 쉽지 않았더니라. 온통 마음을 달래며 보낸 평생이었지.”


  다른 여자에게서 태어난 남편의 자식을 인연이라 생각해서 평생 돌보고 키웠던 주인공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것도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혼자 그 인연을 감당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외할아버지 돌아가신지도 모르고 너그 아버지 만나 함께 살겄다고 찾아갔더니 어머니가 그러더라. 너만 곁에 있었어두 니 아베는 삼 년은 더 살었을 것이다. 싸운 것밖에는 없는데, 싸운 것밖에는. 아버지를 괴롭힌 것뿐이 없는데, 내가 그 마을을 떠나구선 곧 돌아가셨다고 하드라. 뭣을 그렇게 싸웠으끄나. 징허게도 싸웠니라. 징그랍게 싸웠어야. 나는 그때 세상하고 싸울 일을 그때 아버지하고 다 싸워버린 것 같어야. 그뒤론 뭣하고도 싸울 의욕을 상실해버린 것 같어야. 뭐라 말하것냐, 젊어서, 젊어서 그랬다. 그랬달밖에.”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싸운다. 그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기 때문에 싸운다. 나  자신에 대해 모르고, 상대에 대해 모르고, 인연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싸우는 것이다. 젊었기에, 삶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 소중한 시간을 그 사람과 그렇게 아프게 싸운다. 


  “너를 거둬줘서 고맙다고 했냐, 네가 있어서 내가 살았는데? 나는 네가 없었으면 네 아버지하고 살도 안 했다아, 네 아버지가 살어 계실 적엔 네 아버질 사랑도 안 했다아. 네 아버지가 남아 있는 너와 나를 위해 실낱 같은 아홉 달이나 간신히 붙들고 있는 것을 봄서야 그때야 사랑을 느꼈지야. 이미 늦은 마음이었어. 해도 내내 그 힘으로 살은 것도 사실이네. 너를 키우면서 마음 아펐던 것은 네게 동생도 하나 못 만들어주는 내 처지였어야.”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을 그 사람보다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연을 어긋나게 하는 것은 내가 모든 것의 주인이 되고자 함일 뿐이다. 어떤 존재에 대해서도 주인은 없다는 것을 모르기에 그 자리를 내가 차지하려고 하기에, 인연은 그렇게 얽히고 스쳐 가는지도 모른다. 내가 주인이 되고자 할 때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리게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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