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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24. 2022

샤갈의 고향

비테브스크의 하늘을 남자와 여자가 날아다닌다. 샤갈의 마음이 비테브스크의 하늘에 온전히 존재한다. 비테브스크에는 염소와 수탉이 돌아다닌다. 샤갈의 마음이 동네 모든 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새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들이 비테브스크 위를 날아다닌다.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그렇게 하늘을 모든 것들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추억은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옛날의 기억은 나로 하여금 항상 그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샤갈의 마음에도 항상 그가 태어나 자란 고향 마을이 있었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을 직접 겪으면서 샤갈은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젊은 시절 그린 그림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그의 그림에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풍습과 상징들이 예술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마르크 샤갈은 1887년 러시아의 비테브스크 마을에서 태어났다. 폴란드의 국경과 가까웠던 유대인 마을이었다. 형제는 9명이었고 아버지는 가난한 상인이었다. 하지만 그가 보낸 어린 시절의 비테브스크는 그에게 아름답고 따뜻한 시간들을 제공해 주었다. 비테브스크는 샤갈에게 있어 공간적 고향일 뿐만 아니라 마음의 고향이었다. 샤갈은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아버지의 작은 상점을 도왔고, 소나 염소 그리고 닭을 키우며 보냈다. 유대인 회당에 모여 기도를 했고, 친구들과 동네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어린 시절의 추억은 보물 그 자체였다. 그가 어릴 때 익숙하게 보아왔던 소, 염소, 농기구, 유대인 회랑, 아버지가 팔던 물건들은 그의 평생의 소재가 되어왔다.


  고향은 항상 그의 꿈속에 있었기에 몽환적이었다. 기억이 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뿌연 안개 같을지는 모르나 항상 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고향 끝자락에는 우주가 펼쳐져 있다. 그가 사랑하는 고향인 비테브스크가 그에게는 우주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다. 23세에 예술의 고장인 파리로 가서 본격적인 그림을 공부하고 오랜 세월 타향에서 살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비테브스크가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 항상 편안하고 따스함을 주는 존재는 어떤 것일까?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위로와 안식을 주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마음의 고향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전쟁이 나면 피난처가 있어야 하듯, 삶을 걸어가는 길 위에 마음의 고향같은 안식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샤갈의 마음속에 영원히 존재했던 그러한 마음의 고향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없이 지낼 수 있는 그러한 곳이 있기를 소망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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