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4학년 아이의 사춘기에 대비하라> -
며칠 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의 두 번째 책인 <초등 4학년 사춘기에 대비하라>가 8쇄를 찍었다는 소식이었다. 몇 권의 책도 함께 보내왔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매번 가슴이 두근거린다. 또 한 고비를 넘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열악한 출판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책이 대견해서이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자본의 힘이 없으면 매대에서 1주일도 버티기 힘들다.
그동안 두 권의 학부모 교육서와 한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모두 다 좋은 성과를 낸 건 당연히 아니다. 1쇄 넘기기도 힘든 게 요즘 출판시장의 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한 권 한 권의 책이 다 자식 같이 귀하고 소중하다. 지금 읽어보면 낯 뜨거워서 책장을 덮어버릴 때도 있지만 책을 쓸 당시의 외부 상황과 내면의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은 세상과의 소통이자 나와의 대화이기도 하다.
한국의 출판시장은 '셀럽 비즈니스'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셀러브리티가 쓴 책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 너도 나도 SNS 채널을 개설하고 구독자 모으기에 바쁜 건 그래서다. 구독자를 충분히 확보한 작가는 출판사 입장에서 치열한 마케팅 시장에서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필력도 콘텐츠도 중요하지 않다. 글 잘 쓰는 편집자는 널려있고 콘텐츠는 아이디어를 모아 그때그때 만들면 되니까.
하지만 채널을 여러 개 운영하는 건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태생적으로 SNS세대가 아닌 나 같은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채널을 운영하고 소통하는 시간에 한 문장이라도 더 쓰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루키도 아닌 내가 책만 쓰고 가만히 있으면 누가 읽어줄 것이며 선뜻 책을 내주겠다고 나서겠는가.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채널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브런치만 남았다.
브런치에만 집중하게 된 건 이 공간에서는 그나마 긴 글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긴 호흡의 글은 스킵과 스크롤로 무장한 네티즌에게 쉽게 무시당하다. 누군가에게 가 닿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브런치는 조금 다르다. 일단 글을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 이 공간에 접속한다. 좋아요와 댓글로 경쟁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꾸준히, 아니 게으르게 지금까지 쓰고 있다. 덕분에 브런치를 통해 에세이도 출간하게 되었다.
돈을 벌려고 글을 쓰는 작가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한 번씩 용돈이 들어오니 좋긴 하다.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고. 푼돈이라는 게 문제지만 ㅋㅋ
과연 이 책이 10쇄를 찍을 수 있을까? 희미한 기대라도 접고 싶지는 않다.
잘 살아남아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