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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인 마음여행자 May 01. 2019

다시, 5월이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 는 영화 <중경삼림> 속 주인공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유효기간은 생각만큼 길지 않다. 뇌의학적으로도 길어야 3년이라고 한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상우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언제나 변한다. 


아주 오래전에 5월의 신부가 되었다. 햇살은 따사로웠고 내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한 집안의 며느리,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시간의 풍화작용을 온몸으로 겪는 동안 열정은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반복되는 일상, 지난한 육아, 부부싸움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단단하게 똬리를 틀었다. 


사랑이 저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사랑의 싹이 막 움튼 아름다운 봄날, 열정 가득한 찬란한 여름이 지나면 일상의 권태가 낙엽처럼 쌓이는 가을이 온다. 메마른 감정만 위태롭게 달린 앙상한 겨울을 향해 사랑의 사계절은 저물어 간다. 마치 인간의 생로병사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예정된 수순이다. 


사랑은 인내와 열정의 방정식 인지도 모른다. 젊었을 때의 사랑은 ‘열정’에 가깝다. 나이가 들면 ‘인내’가 절실해진다. ‘열정’으로 시작한 사랑이지만 ‘인내’라는 동반자가 함께하지 않으면 그 사랑은 쉽게 깨지고 만다. 


다시 5월이다. 결혼이라는 나이를 또 한 살 먹으며 생각이 많아진다.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써 보지만 가물가물하다. 사랑의 4계절 중 나는 어디쯤 지나고 있는 걸까?


오늘 아침 블로그 이웃님이 소개한 책 중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다. “사랑은 옆에 있으면 너무 좋아 환장할 것 같은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없을 때 죽을 것 같은 사람과 해야 한다." 


좋아서 환장할 것 같은 시간은 오래전에 끝났다. 그런데 옆에 없으면 죽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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