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교환의 법칙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무엇까지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나요?
저는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형태로 찾아옵니다. 즉,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단순한 명제이지만, 그 안에는 삶의 무게와 균형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창업의 세계에서도 이 법칙은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더 철저하게, 더 냉정하게 적용됩니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시간과 돈, 관계와 자존심, 심지어는 자신의 건강까지 내어놓아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과연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창업을 통해 자유를 얻고 싶어 합니다. 시간의 자유, 경제적 자유,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의 자유, 그런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창업은 그 자유를 얻기 위해 더 큰 구속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일상을 옥죄던 회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대신 이제는 나 자신이 회사가 됩니다. 정해진 출근 시간은 사라졌지만, 일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결국 1년 365일, 24시간이 모두 근무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모든 결정의 무게가 온전히 내 어깨로 쏟아집니다.
자유는 결국 책임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이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처음엔 그조차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밤새워 일하고, 주말도 반납하는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느낍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내가 만든 세상 안에서 일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죠.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 그 열정의 자리에 묵직한 압박감이 찾아옵니다. 내가 쏟은 노력에 대한 보답이 쉽게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의 막막함, 그 조용한 초조함이 서서히 몸과 마음을 잠식합니다.
이런 리스크를 조금 더 안전하게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앞서 네 번째 질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직업을 유지한 채 창업을 병행하거나, 혼자서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죠.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자신의 아이템을 개발하거나 시장을 조사합니다. 주말엔 쉬는 대신 다양한 교육, 컨설팅,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하고, 휴가 기간에는 사업계획서를 다듬습니다. 그렇게 회사의 틀 안에서 안전하게 월급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이 방식은 처음엔 꽤 만족스럽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들 말하지만, 실상 사업 초반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꽤나 많습니다. 팀이 없으니 의사결정이 빠르고, 조율해야 할 갈등이 없습니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움직일 수 있고, 리스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당장 큰 투자 없이도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은 1인 창업의 모범답안이며, 만족도도 꽤나 높습니다. 안정의 세계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이 두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밤에는 스스로 만든 꿈의 무대를 조금씩 설계해 나갑니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결국 무수한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당장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대가로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일상의 평온함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으로 병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매일 자신의 시간을 쪼개 쓰며 서서히 삶의 리듬을 잃어갑니다.
하루하루가 빠듯하고, 피로는 쌓여만 가며, 사람들과의 관계는 멀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집니다. 처음엔 그 피로를 ‘성장의 증거’로 여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무게가 일상을 잠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무너지는 하루에 스스로도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타협하게 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조금만 쉬면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하면서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잠깐의 타협이 늘 끝의 시작이 됩니다. 한 번 느슨해진 마음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를 선을 그어두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은 멈추기 위한 경계가 아닙니다. 욕심과 역량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한 기준선, 그리고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도전하기 위한 출발선에 가깝습니다. 무엇이 욕심이고, 무엇이 지금의 나로서 감당 가능한 일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즉, 능력이 안되면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준비가 된 상태로 도전하라는 말입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일’이 됩니다. 그때 무엇을 포기할지, 어디까지 버틸지를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결국 자신을 소진시키고 맙니다. 창업은 단순히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버티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가장 잊기 쉬운 것이 바로 ‘나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자신만의 ‘선’을 명확히 그은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때로는 느리게 가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압니다. 그러나 모든 걸 쏟아야 할 순간이 오면 망설이지 않습니다. 어떤 리스크가 닥치더라도 스스로 감당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묵묵히 버텨냅니다. 감당의 끝에는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멘토링을 하다 보면 “저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하지만 진짜 각오가 된 사람은 이미 뭔가를 감당하면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주말을 반납하고 밤을 새우면서도 티 내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하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불안 속에서도 꾸준히 움직입니다. 반대로 말로만 각오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막상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흔들립니다. 각오가 아니라, 감정의 순간에 만든 결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창업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도, 투자도, 실행력도 아닙니다.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아닌지, 그 감당의 깊이가 성패를 가르는 경계가 됩니다.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돈과 시간을 이깁니다. 처음엔 느리고 불안해 보여도, 화려한 아이디어보다 꾸준히 버티는 힘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빠른 성장보다 하루하루의 지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 모든 말이 처음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기우일지도 모릅니다. 처음엔 누구나 모릅니다. 저 역시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랬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해도 하나씩 부딪혀가다 보면 어느새 감당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의 한계를 알게 되고, 그 안에서 다시 균형을 찾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멘토나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면, 감당의 깊이 또한 훨씬 얕아집니다. 함께 버텨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버틸 힘이 커지고, 그 존재가 방향을 잃지 않게 잡아줍니다.
창업은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이지만, 그 길 위에서 분명해지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은 없다는 것,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감당하며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그 단단함이 결국 우리를 끝까지 이끌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