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이슈
나에게는 지원 마감일까지 서류를 보는 습관이 있다. 등록금 납부 같은 건 첫날 9시냐 10시냐까지 체크해서 일찍 내는데 서류는 영어점수가 더 오를까,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 수정할 게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맘으로 마지막 날까지 수정해서 제출한다.
9월 중순이 마감일 거라 생각한 취업공고가 9월 초로 쏟아진다. 마지막까지 영어점수를 만들고 전공소개서를 만들고 자소서를 만든다. 지난번 맘에 안 들었던 부분을 갈아엎느라 아예 새로 만들었다. 꽤 맘에 드는 것 같고 잘 저장해 놓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커피도 사 오고 좀 여유롭게 오전을 시작했다. 노트북을 켠다. 안 켜진다. 팬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전원 버튼은 불이 들어와 있다. 모니터가 안 들어온다. 재부팅한다. 안 켜진다. 다른 충전기를 꽂아본다. 똑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별로 많지 않은 사례다. 앞서 여러 경우의 수가 나오고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배터리 문제. 서비스센터에 예약을 한다. 내일 오전이다. 안된다. 일단 가야겠다. 예약 안 했어도 현장접수 해주겠지. 노트북을 접는다. 튀어나온 느낌이다. 안에 키보드 커버가 꼈나? 일단 가자.
뛰듯이 걸어 도착해 직원분 앞에 앉았다. 살펴봐야 알 거 같단다. 소파에 가서 기다리라고 해서 앉았고 목은 저리로 빠져있다. 불러서 가봤다. 일단 화면은 켜진다. 다행이다. 배터리가 부풀어있었다고 한다. 몰랐냐는 질문에 들고 올 때 튀어나온 느낌이 그 거였구나 싶다. 기사님 앞에서 열어봤을 때 마우스패드 쪽이 떠있던 게 그거구나 싶다. 일단 파일을 뺄 수 있는지 여쭤봤다. 된단다. 안되면 집에 가서 다시 만들 생각이었는데 다행이다.
배터리를 교체하면 되고 재고가 하나 남았는데 만약 이게 예약된 배터리면 교체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예약기록을 확인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기도인지 뭐인지 간절히 예약자가 없기를 바랐다. 다행이다. 없대. 교체 시간은 10분 정도란다. 다행이야. 말끔히 고쳐서 가서 그대로 제출하면 돼. 그제야 서비스센터 정수기에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배터리+공임비 값 계산하고 A/S 기간도 1년 된다고 해서 안심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근데 얼마나 놀랬다 긴장이 풀어졌는지 자소서 수정하는 동안 졸려... 참고 제출하고 나니 기사님한테 전화가 왔다. 긴장해서 받았더니 확인차 전화한 거였고.
정말 대단한 액땜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허접한 파일이라도 일단 제출 홈페이지에 업로드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과거파일들은 외장하드에 두었지만 어제 만든 문서는 너무 안일하게 노트북에만 있었다. 노트북 고장으로 혼비백산하지 말고 어디든 저장해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