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치는 아이, 땡땡이치는 어른

by minmin




평일 아침 무표정의 아이가 공원을 가로지르고 있다. 대충 매고 있는 책가방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모두 등교를 마쳤을 그 시간에 아이는 학교와 정반대로 향하고 있었다. 발은 걷고 있었지만 몸은 목적 없이 흔들거렸다. 나는 아이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결국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는지 궁금했다. 이 시간에 아이들이 갈 곳은 집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커피숍에 들어갔다. 카페 주인은 아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익숙한 듯 의자에 가방을 벗어두고 라떼를 주문했다. 다시 자리에 돌아온 아이는 교과서를 펴고 읽기 시작했다. 때론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다른 책을 꺼내 다시 읽기 시작했다. 2교시인 듯 보였다. 카페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이의 앞에 앉았다.



"학교에 안 갔니?"

"네"

"여기서 공부하니?"

"아니요. 기다려요."

"누구?"

"아저씨요."

"나를 아니?"

"네. 아저씨는 아저씨 알아요?"

"나?"



생각했다. 내 이름이 뭐였지? 내가 몇 살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알았던 것 같은데, 내가 나에게서 사라진 기분이다.



"음, 아니. 모르겠구나. 방금까진 알았던 것 같은데."

"이름, 나이 같은 거 말고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글쎄, 그것도 생각이 나질 않아. 이상해. 내가 왜 이러지?"

"내가 보인다면 그럴 만도 하죠."



이상한 이야길 했다. 아이가 보이면 왜 그럴 만하다는 것일까.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내가 죽었나 싶었다. 그럴 상황은 내 인생에 전혀 없었을 텐데.



"넌 어디에 존재하니?"

"전 아저씨 눈앞에 존재하죠."

"다른 곳에서는?"

"글쎄요. 지금은 없지만 다른 곳에도 존재할 수도 있죠. 그런데 아저씨는 '어디'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언제'가 궁금한 것 아니에요? 아님 둘 다 일 수도 있고요."

"맞아. 넌 언제 어디에 존재하는 거니?"

"전 지금 여기에 존재해요. 제 존재는 기억에 의존하기도 하죠. 다른 사람 기억 속에 있는 '나'는 모든 시간, 모든 장소에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기도 하고요."

"그럼 넌 실존하는 거니? 아니면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니?"

"둘 다예요. 실존하기도 하고 기억에 존재하기도 해요."

"넌 살아있니?"

"살아있다는 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단 뜻이라면 아니에요."

"그럼 죽은 거니?"

"아니요. 죽지 않았어요. 하지만 죽음은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저는 죽지 않았지만 죽었을 수 있는 존재예요."

"그게 무슨 소리니? 죽었다는 소리니? 아니란 소리니?"

"내가 죽었다고 하면 아저씨도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죽은 사람이 눈에 보이는 산 사람은 없으니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 보인다? 이것도 존재하지 않는 진실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진실일 가능성은 더 있어 보이는데."

"뭐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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