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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씨 Jul 03. 2022

플랫폼 기업, 애자일의 실체

애자일과 뒤집기, 한 끗 차이

찾았다, 대행사와 플랫폼 기업의 공통점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처음 예상과는 달리, 몇 개 공통점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회의를 좋아한다. 그리고, 결과를 나중에 잘 뒤집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둘 다 맨입에 하는 일이라 그렇다 ;
제조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광고대행사야 말해 뭐해.

난상토론을 거쳐 겨우겨우 한 방향에 합의하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A 방향입니다”라고 

전략과 제작을 몰아갔다가도, 

“이 산이 아닌 것 같다”하고 다시 결정이 내려지면 

다들 일제히 뒤로 돌아서 다른 방향, 말하자면 B 방향으로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듯 아이디어를 짜낸다.


내일 클라이언트사에 들어가서, 발표할 내용이 없으면 안 되니까. 

뭐라도, 뭐라도.

처음에는 '야근하지 말아야지'에서 시작해서 

결국은 '오늘 어떻게든 집에는 들어가자'로 목표를 하향 조정해 가면서.


운송 플랫폼 기업 역시, 그런 면이 다분하다.

사실 차량과 기사님은 물리적으로 늘 존재하는 그대로인데,

서비스 정책과 체계를 새로 도입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는 내부적으로 별의별 논의가 오간다.

길고 긴 회의를 거쳐 한 방향으로 결정이 나면, 

웹디자인을 하고, 실행 프로그램을 짜고,, 누군가 담당자는 시급을 다투어 작업을 한다.


그리고 하루 이틀 현장에서 행에 들어간다.

막상 하다 보면 현장 사라들 입에서 볼 멘 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손님 수가 줄어드는 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또 소심해져서 회의 시간에 논의되었으나 버려졌던 다른 방향, 

B안으로 어느 순간 갑자기 다시 결정이 난다.

그리고. 웹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는 다시 밤일을 하게 된다.


공장이 돌아가고 물건이 찍혀 나와버리면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을 텐데


어찌 보면 실체가 없는 상품, 쉽게 수정이 가능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광고대행사_ 리뷰는 전이 아닙니다” 캠페인


그러다 보니, 일을 하는 실무 입장에서는 프레젠테이션 하루 전날 윗사람의 리뷰가 가장 무서웠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보니 이제 그 윗분들의 상황도 십분 이해는 간다. 


윗사람이라고 미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생각이 180도 바뀔 수가 있나

그 사이에 경쟁사 상황이 바뀌었거나, 

혹은 슬쩍슬쩍 간 보면서 파악한 광고주 성향을 보아하니 이 방향이 안 맞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제작 안까지 가 보니 방향 자체가 틀려서, 

제대로 결과물이 안 나왔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를 이해한다고 해서 그 막판 뒤집기 행위가 용서된다는 것은 아니다.


실무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불만이 그분에게 쏟아지는 건 어찌할 수가 없다.

방향 전환하더라도 적어도 완전 반대 방향은 아니었으면,, 

어쨌거나 좀 살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이런 전반적인 맥락 속에서, 이전 직장에서는 한번 이런 사내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리뷰는 전이 아닙니다” 

그러니, 결국 뒤집지 말라는 이야기다.

전체 방향을 뒤집을 수 있는 파워가 있는 분은 결국 임원급 ‘높은 분’들인데,

그분들에게 어느 정도 공식적으로 항의한 셈이다.

예전 같으면 말도 못 꺼냈을 이런 이야기를 공론화시킨 셈이니, 꽤나 민주적인 회사였던 셈이다.




플랫폼 기업_ 팀장들의 귀여운 앙탈


현재 이곳, 작은 규모의 플랫폼 회사에서는 이런 공식적인 내부 캠페인을 펼칠 수도 없다.

그냥 가끔 팀장들의 개인적 저항운동이 벌어진다.


어느 날 아침, 본부장의 지시 -

“요런조런 문제로, 이렇게 저렇게 바꾸기로 했으니 한번 해봐”


그 말을 들은 모 팀장이 소심하게 반항한다. 

“에이, 내일 또 바꾸실라 그러죠? 오늘까지 조금만 더 반응 지켜보면 안 돼요?”


다시 한번 단호박이 되는 본부장.

“안돼 안돼, 이제 안 바꿀게. 일단 이렇게는 안 되겠어”

“에이~~ 또 바꾸실라고”


한 세 번까지 이렇게 틱톡이 오가는 걸 보고 처음에는 좀 낯설기도 했다.

아니, 이렇게 개인 차원에서 대놓고
윗사람에게 항명을 하다니 -
세 번씩이나

하지만 이제 몇 달 겪고 보니 그 팀장 마음도 이제는 이해가 간다.


보통 몇 번은 뒤집어져야 제 자리를 찾는 것이니,

조금 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수정하면 안 되나.

엎었다 뒤집었다 그 과정에서 고통과 야근은 왜 늘 우리의 몫이어야 하는가.


이번만 그냥 넘어가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고객들도 익숙해져서 

그냥 괜찮아질 수도 있는 거잖아.


이런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어떡해. 

윗사람이나 실무자나 첫 스타트업 경험이라,

의욕은 넘치고 경험치는 턱없이 부족한 걸.

특히나, 고객과 현장 사람들의 볼멘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윗사람의 마음은 하루 종일 녹아내릴 지경이 된다는 것이 문제.


일단은 어쩔 수 없다.

엎어라 뒤집어라 하면서 빨리빨리 경험치를 쌓아서 

이놈의 에러를 줄이는 수밖에.



생각은 뒤집혀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나보다

그래서 나는 이전 직장에서나 

여기에서나

매일매일 이리저리 엎었다 뒤집었다 하면서 살고 있다.


포장하자면, 이것이 ‘플랫폼 기업의 애자일’이다.


리뷰는 전이 아닙니다만,, 전도 엎어다 뒤집었다 해야 제맛이 난다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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