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 2 음/주(잘 먹고 즐겁게 마시는 이야기)
평생을 과체중으로 살았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맏며느리감이네’였다.
키의 뒷자리 두 자리보다, 몸무게가 넘어가면 그때는 밥 양을 줄인다. 밥을 안 먹었으니, 술 배를 채운다.
요요가 왔다.. 겨울에 몸무게가 넘어간다. 여름에 밥을 줄인다. 무한 반복.. 웰컴 요요.
‘나비약’은 항정신성 식욕 억제제(?)이다.
이 약을 복용하니, 낮 동안은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사 때 젓가락을 들면 두세 번 깨작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놓게 되었다. 와우! 몸무게가 빠진다. 기운도 빠진다. 머리카락도 빠진다.
하지만 머리만 대면 잠드는 내가, 밤잠을 설쳤으면 이 약의 부작용은 말 다했다. 반 잘라서도 먹어봤는데, 여전히 이상했다. 때마침 이 약의 약발로 벌거벗고 도로를 뛰어다녔다는 기사도 봤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마약과 같은 이상 행동이 나오기 전에 약을 버렸다. 이후로 절대 다이어트약은 먹지 않는다.
코로나 시국에 주춤하던 줌바를 다시 시작했는데, 음악이 너무 좋고 동작이 의외로 쉬웠다. 그래서 겨울 내 술과 안주로 찐 살을 빼보고자 줌바를 시작했다. 다니고 있던 구민센터 클래스가 월+수, 이걸로도 부족해 강사님에게 다른 학원을 추천받아 화+목 수업을 추가했다. 몸이 조금 얇아지는 것도 같았는데, 어느새 3달이 안 되어서 6 킬로그램이 넘게 몸무게가 빠졌다.
줌바는 라틴댄스의 에어로빅 버전이라고나 할까?
음악은 라틴, k-pop, 트로트, 팝 음악이 섞여 있고 힙하다. 꿈비아, 메렝게, 차차차, 살사, 바차타 등 다양한 춤 동작이 담겨있다. (20대 때 살사를 살짝 맛봤으나, 몸이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동작을 배우고 외워서 추는 게 아니다. 그냥 강사님을 따라 한 시간 가량 쉴 새 없이 몸을 흔들면 된다. 이러니 시간당 800~1000칼로리가 소모된다고 하나보다.
1절에서는 강사님 따라 스텝만, 2절에서는 손동작 추가! 이제는 어엿한 n년 차가 되니 처음부터 손동작도 된다. 남의 모습도 힐끗 보면서도, 박자를 놓치지 않는다. 노래마다 안무를 외우는 강사님 경지까지는 아니어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살짝 만족감이 오기도 한다.
취미는 장비빨이라고. 복장과 운동화 등에도 관심이 간다. 몸이 조금 얇아지니 예쁜 옷을 입고 싶어 진다. 비싼 줌바의상은 처음부터 직구하지 않고, 중고나 알리로 사서 입어보고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간다.
'평생에 한 번은 날씬하게 살아봐야지!!' 라며 구박하던 동생이 난생처음 이 말을 했다.
찬바람이 부니, 주 1회로 줄였던 술이 점점 당긴다. 남편은 또 찌우고, 여름에 또 빼라고 놀린다.
이번에는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술은 주 2회로만 늘리자고도 고민해 본다.
할 수 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