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 2 음/주(잘 먹고 즐겁게 마시는 이야기)
어릴 적, 우리 가족에게 경양식집에 가는 것은 특별한 외식이었다.
동생과 내 생일, 내가 시험을 본 날, 혹은 특별히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빠는 그곳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시장 초입에 위치했지만 그곳은 여느 식당과는 달랐다.
주황빛 조명 아래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가 약간 압도적으로 놓여 있었다.
마치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나비넥타이를 하고 정갈한 옷을 입은 웨이터가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한상 차림인 우리 문화와 다르게, 애피타이저로 크림수프가 나왔다. 이 노란 작은 호수 같은 수프 위에는 후추를 톡톡 뿌려 먹었다.
그리고 메인 요리. 커다란 접시 위에 돈가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위에는 달콤 새콤 소스가 이불을 덮고 있다. 그를 둘러싼 동그란 밥, 마카로니, 야채샐러드는 이불 옆 인형들처럼 예쁘게 둘러싸여 있다.
단무지도 커다란 반달모양 아닌, 한입 쏙 작은 모양이다. 또 달짝지근 보들보들한 콩도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중에는 먹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꽃과 같이 화려한 파슬리다. 먹어도 되는 식재료인데, 조화처럼 화려함을 위한 장식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건 늘 손은 대지 않고 눈으로만 즐겼다.
이제 주인공인 돈가스를 입으로 즐긴다. 소스가 많이 뭍은 부분은 튀김옷의 기름과 어우러져 더 부드럽고 진한 맛이다. 소스가 덜 뭍은 바깥 부분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다.
물 잔을 비우고 투명한 소주를 따른다. 아빠의 이색 밥안주는 비빔돈가스였던 거다.
저 모양새의 돈가스가 나와 같은 요리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모양과는 달리 아빠는 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맛있게 드셨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내가 아이들에게 돈가스를 잘라준다. 에어프라이에어 구운 돈가스는 이제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 아니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반긴다. 치즈나 고구마무스가 들어있는 돈가스를 더 선호한다.
아이들 돈가스를 다 잘라주고 나면 문득 아빠의 비빔돈가스가 생각난다.
비비기 시작하면 절대 멈추지 않았던 그 손길과, 몰래 따라 놓았던 팩소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