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왔다
5월 어느 날, 환기를 하기 위해 문을 열어 놓았더니 하루살이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왔다.
‘귀찮은 녀석!’
그 녀석을 잡기 위해 전기 파리채를 들고 다가갔다.
그러자 그 녀석이
[이보게 자네. 어차피 곧 죽을 이 목숨. 단 몇 시간만이라도 미련을 남겨도 되겠는가]라고 지껄였다.
그 녀석의 의견을 존중하여 나는 전기 파리채를 기꺼이 거두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풀이 죽어 보이는 하루살이에게 외쳤다.
[그러면 지금 이렇게 슬퍼하고만 있지만 말고, 얼른 나가서 세상을 즐겨봐! 세상은 넓다고!]
[세상이 넓어봤자 무슨 소용인가 난 짝짓기도 못 해본 패배한 사내일 뿐인데]
그렇다. 이 하루살이는 짝짓기에 실패하여 쓸쓸히 홀로 날아다니다가 우연히 우리 집에 들어와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짝짓기가 인생에 전부이지 않어!]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면 영원을 산다 한들 무슨 소용이지?]
난 하루살이의 가치관에 기가 찼다.
그래서 하루살이에게 인생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수많은 가치에 대해서 나열하였다.
일을 통해 얻는 보람이라든지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여흥이라든지
맛있는 것을 먹어보고 느껴보는 미식의 기쁨이라든지
친구들과 나누는 우정이라든지
책을 읽으며 얻는 지혜라든지
영화를 보며 얻는 카타르시스라든지
음악의 흥겨움이라든지
인생을 살다 보면 깨닫는 철학이라든지
[세상에 짝짓기보다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짝짓기 못 해서 풀 죽어 있기나 하고!
세상엔 얼마나 고귀하고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자 이제 어서 밖을 나가 삶의 기쁨을 누려봐!]
라고 막 지껄이고 있다 보니, 이미 하루살이는 죽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