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 입시생의 하루 일과

고등학교 3학년, 입시생이란

by 옥찌

학교에서 중간, 기말고사와 수행평가를 보는 것. 누구는 수시가 입시의 기회라며 늘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매일을 노력하는 체질이 아니었나 보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범위 내에서 배운 내용을 달달 외워 보는 시험이 왜 그렇게 어렵던지, 내 등급은 끽해봐야 3, 4등급. 나는 늘 평균을 달렸다. 뚜렷하게 원하는 학교나 전공이 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성적에 맞춰 갈 수 있는 대학을 알아보았다. 전국에 대학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우물 안의 개구리는 드넓은 태평양을 만났을 때 길을 잃게 되는구나 싶었다. 다행히 체대 입시를 시작하고 나서는 정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그때부터 매일 수능이라는 하나의 이벤트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녔던 인문계 여자 고등학교는 고 3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일찌감치 수시를 포기한 학생들은 오전, 오후 시간을 수능에 맞춰 사용했다. 오전에는 국어와 수학 모의고사를 풀고 오후에는 영어와 탐구를 공부했다. 졸린 사람은 키다리 책상에 서서 공부했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쿠션이나 담요를 두고 다니는 친구도 많았다. 학교가 끝나면 독서실에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거나 학원에 갔다. 체대 입시 학원에 가는 날은 저녁 메뉴가 정해져 있다. 밥버거 또는 샌드위치. 소화가 금방 되는 녀석들은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맘껏 먹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이 먹으면 뛸 때 옆구리가 아리고 운동 강도가 높은 날엔 헛구역질이 나왔다. 적당히 든든하면서 속이 편한 메뉴를 자주 찾게 되더라. 성인이 되고 나서는 밥버거를 먹을 일이 많지 않은데, 그때는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채울 수 있어 애용했다.


학원에서는 운동 시간을 1부, 2부로 나누었다. 1부는 수시 2부는 정시 시즌 학생으로 운동 커리큘럼이 아주 조금씩 달랐다. 체대 입시학원은 매일같이 출석해도 매일 긴장됐다. 오늘은 또 어떤 운동을 할까,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내 하찮은 실력으로 창피를 당하진 않을까. 학원에 가기 10분 전부터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 불안한 마음은 그치질 않았다. 막상 준비운동을 하고 하루 수업이 끝났을 땐 상쾌하고 편안한데,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나 보다.


독서실에 가는 날은 독서실 근처 식당에서 분식을 먹거나 가끔 급식을 사 먹었다. 학원에 가는 날은 식사 후 활동이 있기 때문에 식곤증이 오지 않지만 독서실에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졸음이 쏟아진다. 날씨가 좋을 땐 날이 좋아서, 좋지 않을 땐 기분이 꿀꿀해서 공부가 되지 않았다. 치열하게 공부한 친구들은 이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난 그립다. 그때로 돌아가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성공할 거란 친구도 있지만 난 더 열심히 놀고 싶다. 수능과 체육을 몇 달이나 붙잡고 늘어졌지만 내가 낼 수 있는 성적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재능이 있는 친구들은 저 멀리 치고 나가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이었으니까. '오히려 그 시간을 더 즐겁게 썼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어른이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보면 글러먹은 것 같기도.


평택은 참 넓은 동네다. 개발되기 전에는 시내버스가 22~23시 이후엔 거의 다니지 않았다. 체대 입시 학원과 독서실은 학생들을 위해 귀가 차량편을 지원했다. 입시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갈 때 친구들과 삼삼오오 일상을 나누던 게 하나의 낙이었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학원에서 이름도 잘 모르는 친구들을 응원하고 함께 땀을 나눌 때가 그립다. 수능이 끝나면 세상이 모두 내 것이 될 것 같았던 그때가 그립다. 밥 벌어먹고 사는 걸 걱정하지 않던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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