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나는 별이 아닌 반딧불

별이 아닌 반딧불로써 의미를 찾는 시간

by Yoo

2024년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가 국에 울려 퍼졌습니다. 해당 곡의 역주행을 이끌었던 가수 황가람 님의 가창력도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고, 노래가 가지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서정적인 발라드의 음률도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사가 주는 힘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황가람 님은 어떤 구절에서는 담담하게 인정하듯 또 어떤 구절에서는 아직 아쉬움이 남아있는 듯 노래하였였습니다. 이에 많이 이들이 공감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 또한 지금도 그 노래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리가 아닌 마음이 반응합니다. 또 자연스럽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을 보면 공감이 많이 가는 노래였지 않나 싶습니다.


직장 초년차 때는 모두가 자신을 반짝이게 빛나는 별이라 생각합니다. 학교를 벗어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성공적으로 직장에 안착한 많은 이들은 소위 '뽕'에 가득 찹니다. 회사에서 연수과정에서 일부러 고양심을 고취시키는 것도 한몫합니다. 원하는 회사에 가지 못하더라도 혹은 학교에 진학하거나 창업을 하는 등 다양한 방향의 걸음에서 아직은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지만 긍정적인 기대를 함께합니다.


직장에 들어온 직후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습니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일을 하면서도 그렇습니다. 신입사원은 가끔 창의성/무지/용기의 사이에 있는 어떤 감각을 가지고 기존을 일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보는 시각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 신선함을 느낀 선배들은 에이스라고 그들을 칭하기도 합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어떤 일을 잘 해결하면 신입사원이 벌써 그 정도 고민을 했냐는 칭찬을 듣기도 합니다. 뭔가 인정받는 느낌도 들고 들보다 앞서 나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던 시기입니다.


이후 점차 일이 손에 익숙해지고 회사에서 누군가가 제시한 문제를 하나하나 속도감 있게 해결합니다. 표현은 안 하지만 스스로 내가 조직에서 일을 가장 잘한다는 거만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너무 보수적인 선배들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며 이러한 증상이 극에 달았을 시기가 있었습니다. 여러 자리에서 누군가 보직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직을 할 거면 최대한 빨리 경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기존조직에서 보직을 달기보다는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기능을 만들고 거기서 보직을 달고 싶습니다.' 상당히 자신감 자만감 자존감이 동시에 있었던 시기입니다. 돌이켜보면 이때는 아마도 스스로 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업무를 하며 고안하고 제시한 새로운 역할과 기능은 중요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조직으로 구성하려는 시도도 제가 아닌 상급자의 주도로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세 진행될지 알았던 '인사'는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기능과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다. 이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윗사람들이 모두 교체되며 기존에 축적한 논의는 모두 백지가 되었습니다.


손에 남은 백지를 들고 지난 10년을 돌이켜봤습니다. 하나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또 한해 한해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0년이라는 시간을 이어 붙여 연속해서 되돌아봤을 때는 사뭇 다른 감정이 들었습니다. 10년간 나는 무엇을 회사에서 표면적으로 성취했냐라고 했을 때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뭔가 열심히 해왔고 역량도 늘었고 인정도 받았던 것 같은데 잘 기억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누군가는 해외주재원을 나갔습니다. 누군가는 본사로 혹은 타회사로 이동하기도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고성과 직원 풀에 들어가기도, 또 누군가는 스타트업 같은 온전히 다른 도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때가 내가 별이 아닌 반딧불라는 사실을 직시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나가 별이 될 수 없고 누구나가 별이 될 필요도 없는 것을 머리로는 너무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에서는 절반의 속상함과 서운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는가라는 후회가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반딧불이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이들이 사실은 너무나 반짝이던 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에는 6월마다 반딧불 축제를 합니다. 매년 가보고 싶었는데 시기가 맞지 않아 아직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작년에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아이들과 반딧불을 보러 가자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별이 아닌 반딧불도 이렇게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는 대상이고 누군가의 소망입니다. 반딧불로써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직장 2막의 시작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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