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라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학교로 출근합니다》 Ep.4

by 유진


사서라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도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2023년 봄, 나는 명함 하나 없이 교문을 넘었다.
출근기록도, 출입카드도, 월급도 없이
매일 아침 도서관 문을 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였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왜 여기 있어야 하지?"라는 질문 대신,
"오늘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아질까"를 고민했다.

처음부터 사서라는 꿈을 꾸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사서가 공석이었고 도서관담당자는
1학년 교실에서 힘겹게 아이들을 돌보시던

선생님이기에 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헛걸음하지 않게,

도서관의 불이 꺼지지 않게.

그 마음 하나로 시작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쌓이고,

책 냄새에 둘러싸여 일하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조용히 가슴속에서 다른 감정이 움트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책장을 넘기는 소리,

대출대 앞에서 조심스레 책을 건네는 손길,

책을 읽으며 해맑게 웃는 얼굴들.

그 모든 순간이,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 일을, 더 오래 하고 싶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이 일을 내 삶으로 삼고 싶다."


그건 단순한 봉사가 아니었다.

그건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를 위해 품은 꿈이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아직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도서관 시스템도, 정식 절차도, 사서라는 직업이 요구하는 전문성도.


하지만 나에겐,

그냥 봉사로 끝낼 수 없는 진심이 있었다.


책을 고르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웃음.


나는 그 작은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따뜻함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나는 스스로에게 선언했다.


"나, 사서가 되고 싶다."


그것은 내게 있어 아주 큰 결정이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구에게 인정받지 않더라도.


나 자신이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다는 것.


그 자체가,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어주었다.



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이 쌓인 공간이 아니었다.


도서관은

내가 꿈을 품기 시작한 첫 번째 무대였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듯,

나 역시 이 조용한 공간을 통해

내 안의 가능성을 만나고 있었다.


어쩌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피어나는 꿈이야말로

가장 단단하고, 가장 오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아무도 모르는 도서관 한편에서

내 작은 꿈을 키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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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꿈은 멀리 있지 않았다.

매일 도서관 문을 열던

그 소박한 하루하루 안에 있었다.


아직은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길.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진심으로 걸은 길은, 반드시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줄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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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예고

〈매일 쌓인 부담감,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버티기엔,

하루하루 쌓여가는 책임감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 무게에 짓눌릴 것 같던 어느 날,

나는 또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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