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의 삶은 사소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잊혀진
친절과 사랑의 행동들로 대부분 채워진다."
-윌리엄 워즈워드
몇 년 전
제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해,
하늘로 떠난 누이가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 이젠 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입학하기 전에는
그 시작을 누이에게 알리고 싶어
가족과 함께 인사차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누이를 생각해 보면
'책임'이란 글자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오래전 일인데,
제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입학하면서 누이와 나란히
등교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처럼 아파트 단지에 학교가 없던 시절,
가려면 15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갔어야 했어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11살짜리가 소녀가
7살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선
버스를 태우고 등굣길을 항상 책임 주었던 것이죠.
혹시나 잘 적응하고 있나 쉬는 시간에도
찾아와 보고 가기도 했고요.
나중에 커서
옷을 보러 가도 어디 다녀와도
항상 무엇을 쥐고 가지고 와선
이거 입어봐 봐, 이거 먹어봐 했던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심지어 자신 몸이 성치 못함에도
아토피를 겪었던 조카에게 좋은 약을 구해왔다며
손에 주던 기억도 나고요.
얼마 전 피천득 선생의 "멋"이란 글귀를
읽으며 떠난 누이가 떠올랐습니다.
"받는 것이 멋이 아니라,
선뜻 내어주는 것이 멋이다."
누이의 챙겨주고 끝까지 책임졌던 마음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앞뒤 상황을 재지 않고 응당해야 할 희생처럼,
아무리 내 상황이 어렵더라도 마음을
내어주고 있기 때문이죠.
이것을 알기까지 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혼을 하며 가족이 생기기 전까지 말이죠.
나 혼자도 책임지기 힘든 세상입니다.
누굴 챙겨주고 책임진다는 건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그 마음이 없다면
희생이란 말을 꺼낼 수도 없습니다.
지금도 누굴 챙기고 마음을
선뜻 내어 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참 멋스러운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