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 몇편을 읽었다. 시집 제목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을 보았을 때 까까머리 시절 배웠던 가곡 '그집앞'이 입안에 맴돌았다.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자리에 서졌습니다. 하루종일 입안을 맴돈다. 오랫만에 조율도 안된 통기타를 들었고 목청도 가다듬었다. 늙어가며 청승이 한바가지다.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오늘은 불금에 무마일(마누라 없는 날) 고양이 두마리와 광란의 밤을 보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