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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로서 후회하는 것들과 다시 선택한다면

이제 창업 6년 차가 되어 돌아보니, 후회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후회하는 건 초창기 스타팅 멤버들과의 역할 구분과 지분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큰 후회: 초기 계약서


처음에 공동창업을 할 때, 그러니까 초창기 창업 스타팅 멤버가 있다면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고 지분까지 정리해서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장 핵심이다.


당시에는 다들 열정이 넘쳤다. "우리끼리 뭘 그런 걸 따져?" 하는 분위기였다. 서로를 믿었고, 함께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게 가장 큰 실수였다.



사람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사람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상황 때문에 못 믿게 되는 게 가장 클 것이다.


사업이 힘들어질 때,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개인적인 사정이 생길 때... 사람은 변한다. 아니, 변하는 게 당연하다. 그때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모든 게 애매해진다.


"누가 얼마나 기여했나?", "지분은 어떻게 나눌 건가?", "역할과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할 수도 있다. 대놓고 얘기를 안하더라도 생각할 수 있다.



초기에 정리해야 할 것들


다시 선택한다면 반드시 다음 것들을 명확히 정리하겠다.


1. 역할과 책임 구분

CEO, CTO, 마케팅 등 각자의 역할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 범위

업무 분담과 성과 지표


2. 지분 구조

초기 지분 비율과 근거

향후 투자 시 지분 희석 방식

베스팅 스케줄 (시간에 따른 지분 확정)


3. 퇴사 시나리오

중도 퇴사 시 지분 처리

경쟁 금지 조항

기밀 유지 의무


4. 갈등 해결 방식

의견 차이 시 해결 방법

중재자 또는 중재 기관

최종 의사결정 구조



계약서가 관계를 보호한다


많은 사람들이 "계약서를 쓰면 관계가 나빠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명확한 계약서가 오히려 관계를 보호한다.


애매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기대를 갖고 있다가 나중에 실망하고 갈등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정리해두는 게 훨씬 낫다.



다른 후회들


1. 너무 빨리 직원을 뽑은 것

초기에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너무 빨리 직원을 늘렸다. 고정비 부담이 커져서 더 힘들어졌다.


2. 시장 검증 없이 제품 개발

고객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고 우리 생각대로 제품을 만들었다. 나중에 시장의 니즈와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3. 돈공부를 늦게 시작한 것

재무, 회계, 투자에 대한 공부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 초기부터 제대로 알았다면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다시 선택한다면


만약 다시 창업한다면...

철저한 시장 조사부터 시작하겠다

최소 인력으로 최대한 오래 버티겠다

돈공부를 창업과 동시에 시작하겠다

명확한 계약서와 역할 분담을 초기에 정리하겠다

작은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겠다


후회도 자산이다


하지만 이런 후회들도 결국 소중한 자산이다. 실패와 후회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지금의 어려움도, 과거의 실수들도 모두 다음 기회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꼭 말해주고 싶다. 사람을 믿되, 계약서는 꼭 써야한다고. 상황이 사람을 못믿게 만들 수 있다.


그게 서로를 보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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